최용수(41) FC 서울 감독이 '애제자' 윤일록(22)을 남다르게 예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볼만 잘 차서일까.
최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독수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무대도 밟았다. A매치 통산 67경기에 출전해 26골을 넣었다.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비해 윤일록은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이다. 서울에 없어서는 안될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여름 A매치 무대에도 데뷔해 8경기서 1골을 기록 중이다.

최 감독은 윤일록을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어린 나이에 기량도 출중하거니와 남다른 멘탈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최 감독은 지난 11일 경남FC와 중대한 일전을 앞두고 윤일록을 애지중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윤)일록이는 어리지만 일의 우선순위를 안다. 축구 밖에 모르고 사이클도 오직 축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최 감독은 "매 경기 항상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자신감과 배포도 있다. 젊은 선수들은 기복이 있게 마련인데 일록이는 꾸준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 감독과 서울은 이날 경남전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앞서 3경기(1무 2패)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며 11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이날도 패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윤일록을 선발명단에서 제외시킨 채 그의 이름을 대기명단에 올려놓았다. 최 감독은 "일록이가 부상을 입으면 한국 축구의 손실"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윤일록은 그간 리그와 ACL을 넘나들며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다. 쉼표가 필요했다. '애제자'를 향한 최 감독의 사랑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윤일록도 '은사'의 기대에 보답하는 듯했다. 후반 15분 하파엘 코스타와 바톤을 터치해 그라운드를 밟은 윤일록은 예열을 마치기도 전에 공격의 선봉에 섰다. 수 차례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전방에서 방점을 찍지 못했다. 윤일록도, 최용수 감독도 결국 웃지 못했다. 서울은 경남과 0-0으로 비기며 4경기 연속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서울은 13일 호주 원정길에 올라 오는 16일 센트럴 코스트와 아시아축구연맹 조별리그 5차전을 치른다. 골득실에 밀려 최하위에 처져 있는 서울로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다. 최 감독의 배려로 체력을 충전한 윤일록이 은사의 기대에 200% 보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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