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승 이상의 의미와 희망 담긴 울산전 승리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4.13 06: 27

결과는 승점 3점짜리 1승이었다. 하지만 전북 현대에는 1승 이상의 의미와 희망이 담긴 승리였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울산 현대와 홈경기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최근 2경기서 1무 1패로 부진했던 전북은 이날 승리로 4승 2무 2패(승점 14)가 돼 2위로 도약했다. 또한 전북은 울산을 상대로 8경기 홈 연속 무패(7승 1무)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최강희 감독은 매 경기를 앞두고 집중하지 못했다. 바로 다음 경기보다 그 다음 경기에 대한 걱정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당연했다. 10일 4경기라는 혹독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다음 경기와 그 다음 경기까지 연장선상에 두고 있었다.

최 감독은 "6일 FC 서울전을 준비하면서 그 다음 경기인 9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제주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전을 대비해야 하지만 울산전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걱정스러운 마음만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집중을 하지 못해서인지 전북을 서울에 1-1로 비겼고, 제주전에서는 0-2로 완패했다. 1무 2패의 부진에서 탈출해 2연승을 달리던 전북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였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생각하는 것을 바꿨다. 울산전 직전에 만난 그는 "15일 있을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전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울산전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직 울산전만을 준비했지만 경기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체력 저하의 여파에 시달리며 전북은 부담감을 느꼈다. 오죽하면 최 감독은 "선수들을 눈으로 보면 안타까울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울산도 전북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탓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결국 전북은 울산과 힘든 공방전 끝에 승리를 차지했다.
힘든 준비 과정과 경기 끝에 얻은 소득인 만큼 값졌다.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1승 이상의 의미와 희망이 있었다. 바로 '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15일 요코하마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북은 요코하마전서 승리할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된 만큼 요코하마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선수에 대한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이날 전까지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경기에만 투입됐던 이강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상대 주포 김신욱을 잘 막아냈다. 이강진과 센터백 듀오 김기희와 윌킨슨의 협력 수비에 김신욱은 슈팅 1개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오랜만에 출전한 선수 치고는 임무 수행을 잘했다. 분명 능력 있는 선수로, 앞으로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격에서 실마리를 풀어줄 이승기와 마르코스가 경기 감각을 찾기 시작한 것도 소득이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마르코스는 경기 초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반부터 본래의 경기력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요코하마전을 대비해 이승기가 후반 7분 투입돼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이전의 경기보다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승기 또한 44분을 소화하며 부상으로 떨어졌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렸다.
현재 전북은 혹독한 일정에 선수단이 극도로 지쳐있다. 그런 상황에서 승리를 통한 분위기 반전은 지친 정신을 풀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그동안 로테이션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거나, 좋은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은 전북에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 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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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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