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23, LG)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도 두 가지나 생겼다.
창원 LG는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76-79로 패했다. 2승 4패로 밀린 LG는 17년 묵은 숙원인 창단 첫 챔프전 우승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경기 후 모비스 선수들은 코트 한 가운데서 환호했다. 창원체육관 천장에 모비스의 우승배너가 걸렸다. 안방을 손님들에게 내준 LG선수들은 창원 팬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퇴장한 선수들은 술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뒤풀이 장소에서 김종규는 “비시즌에 하루 다섯 끼를 먹어서라도 무조건 105kg을 만들 거에요”라고 다짐했다. 김종규의 높이와 점프력은 이미 KBL 정상급이다. 문제는 골밑에서 무게감이었다. 프로데뷔 당시 체중이 95kg에 불과했던 김종규는 함지훈(198cm, 105kg), 로드 벤슨(208cm, 110kg)과의 골밑대결에서 밀렸다.
체중이 적게 나가면 좋은 포지션을 선점하고 상대를 바깥으로 밀어내는데 애로사항이 많다. 김종규는 챔프전 6경기서 2.7리바운드로 정규시즌 5.9리바운드의 절반 밖에 해내지 못했다. LG가 패한 결정적 이유였다. 또 체중이 밀리면 상대센터의 포스트업을 당해내기 어렵다. 함지훈은 챔프전 평균 11.7점으로 김종규를 한 수 지도했다.
챔프전 내내 김종규와 치열하게 싸웠던 로드 벤슨도 비슷한 조언을 해줬다. 벤슨은 “김종규를 보면 내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나도 김종규의 나이에 몸무게가 그와 비슷했다. 김종규는 단지 경험이 적을 뿐이다. 김종규가 단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지하게 지적했다.
김종규는 패기와 지나친 혈기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패기 넘치는 발언은 좋았지만,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해 역효과가 날 줄은 몰랐다. 양동근은 “챔프전 미디어 데이 때 종규가 ‘대학 때 많이 우승해봐서 그 기분을 잘 안다’고 하더라.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는데 경기 때 보여주려고 누르고 있었다”고 했다. 김종규의 발언은 프로의 세계를 모르는 햇병아리에게 챔프전 MVP를 두 번 먹어본 형이 본때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됐다.
벤슨과의 신경전도 마찬가지였다. 벤슨의 경례로 김종규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김종규는 이를 갚아주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작 벤슨은 김종규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지나친 신경전으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손해 본 사람은 김종규였다. 벤슨은 “김종규가 날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김종규의 경례는 별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4번이나 챔프전을 치르면서 벤슨은 한국 선수들이 어떤 심정으로 경기를 치르는지 잘 알고 있었다.
김종규는 “다시 챔프전에서 벤슨을 만나면 이번에는 내가 이기고 싶다”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김종규는 비시즌 동안 몸과 마음을 처음부터 다시 갈고 닦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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