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의 위용이 꿈틀거린다. 최근 6경기에서 4개의 대포를 폭발시키며 홈런 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28)의 거포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7회 윤규진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호 홈런으로 조쉬 벨(LG·5개)에 이어 홈런 랭킹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박병호는 개막 첫 7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그 사이 외국인 타자들의 홈런 폭죽이 터졌다. 지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의 방망이에 다시 시선이 모아졌다. 박병호의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6일 마산 NC전에서 1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8·10일 목동 KIA전, 12일 대전 한화전까지 최근 6경기에 4홈런을 몰아쳤다.

개막 첫 13경기 기준으로 박병호의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다. 2012년에는 3개, 2013년에는 2개의 홈런을 치고 있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있다. 조쉬 벨을 비롯해 루크 스캇(SK·4개) 브렛 필(KIA·4개) 호르헤 칸투(두산·3개) 에릭 테임즈(NC·3개) 등 외국인 거포들과 홈런 레이스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에 아주 무신경했다. 그는 최근 6경기 4홈런 사실에 "정말인가. 몰랐다"며 "외국인 타자들과 홈런 경쟁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팀 승리가 먼저다. 지금 팀이 연승을 하고 있는 만큼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넥센은 9개팀 중에서 가장 먼저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박병호가 홈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건 타격감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홈런은 나오고 있지만 타격 타이밍이 완전치 않다.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며 "홈런보다 찬스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 지금 그게 잘 안 돼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홈런이 4개인데 5타점이라는 건 박병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홈런 4개가 모두 솔로포로 주자가 없을 때마다 친 것이다. 주자가 없을 때 24타수 11안타 타율 4할5푼8리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주자가 있을 때에는 21타수 2안타 타율 9푼5리로 고전하고 있다. 득점권에서도 10타수 1안타로 타율이 1할에 불과하다. 최근 6경기 4홈런에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넥센은 팀타율(.297) 2위에 장타율(.510) 출루율(.396) 홈런(20개) 1위에 오르며 경기당 평균 득점도 6.31점으로 최다다. 박병호 외에도 상하위 타순 가릴 것 없이 무섭게 터진다. 박병호는 "모든 선수들이 힘있고, 찬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역할에 맞게 책임감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병호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오면 넥센 타선은 지금보다 더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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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