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 마음을 잘 알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죠".
한화 유격수 송광민(31)은 요즘 대량 실책으로 크게 위축돼 있다. 시즌 9경기에서 실책 8개를 저질렀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당분간 선발 출전시키지 않을 계획. 그 자리를 '명품수비' 한상훈(34)이 메우고 있다. 물샐틈 없는 수비로 한화 내야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타격에서도 최근 2경기 연속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골라내며 두 번씩 출루하고 있다.
한상훈은 지난해까지 한화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가 FA로 영입돼 주전 자리를 잃었다. 캠프 때부터 2루수는 물론 유격수로도 준비했다. 그는 "2루는 익숙한 포지션이다. 캠프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량을 늘렸다. 유격수도 해본 포지션이라 크게 어색한 건 없다"고 자신했다.

어쩌면 한상훈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주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한상훈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그는 지난 9일 마산 NC전에서 다시 실책을 범한 뒤 덕아웃에서 어깨가 축 처져있는 송광민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상훈은 "광민이가 실책 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실수를 계속 하게 되면 위축이 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그 마음을 잘 안다"며 "나도 어렸을 때 실수를 많이 했다. 그때마다 선배들이 용기를 북돋아줬다. 나도 선배들에게 배운 것처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민이가 수비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을 뿐이다. 나도 겪어본 만큼 잘 안다. 심리적인 부분만 이겨내면 다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광민이가 잘 해야 우리팀이 산다. 감독님께서도 광민이의 좋은 장점을 보셨기 때문에 기용하시려는 것이다. 광민이가 잘 해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팀을 위해 한상훈은 개인적인 욕심도 버렸다. 그는 "나도 선수이기 때문에 개인 성적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겠지만 그보다 팀이 우선이다. 광민이가 못 하길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다"며 "선발이든 백업이든 그것은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팀이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이 한 몸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고 진심을 나타냈다.
송광민도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강석천 수비코치와 1대1 수비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경기장에 일찍 나와 수비 훈련를 하고 있다. 볼 핸들링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비의 부담이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뜨겁게 타올랐던 방망이도 식었다. 지난 12일 대전 넥센전에서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응룡 감독은 "당분간은 송광민을 선발로 쓰기 어려울 듯하다. 작년에는 유격수로 수비를 곧잘 했는데 올해는 자꾸 실책을 하다 보니 공 오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 많이 위축돼 있다"면서도 그를 2군으로 내리지 않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송광민이 감독과 동료들의 믿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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