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2년차를 맞이하는 류현진(27, LA 다저스)이 조금씩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원정 경기 성적이다. 팀 역사까지도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류현진이 ‘원정 정복’의 숙제까지 풀어가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 부진(2이닝 8실점)으로 치솟았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단번에 2.57까지 내려가 2점대를 회복했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2이닝 8피안타 8실점(6자책점)으로 MLB 데뷔 후 최악의 경기를 펼쳤던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역시 괴물이었다. 지난 경기의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 한 경기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애리조나 타선을 꽁꽁 묶었다. 99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가 무려 70개였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았다.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16개), 커브(8개) 등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수 싸움도 탁월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류현진이 원정에서 철벽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네 차례의 등판 중 세 번을 원정에서 가졌다. 그런데 원정 등판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무실점, 3월 31일 샌디에이고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 그리고 12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원정 3경기 연속, 19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 눈에 들어온다. 류현진은 지난해 대부분의 다저스 선수들이 그러하듯 홈에서 강했다. 승패(7승4패)는 홈·원정이 같았으나 평균자책점에서 차이가 났다. 홈에서는 2.32, 원정에서는 3.69였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원정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당장 지난해 애리조나의 홈 경기장인 체이스필드에서의 평균자책점은 4.74였다. 그러나 올해는 원정 경기 출발이 좋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많지 않은 점은 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원정 성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분히 품어볼 수 있다. 경험의 힘이라는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류현진은 MLB 첫 해였던 지난해 모든 경기장이 낯설었다. 경기장마다 주는 공기가 크게 달라 매 경기가 적응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좀 더 익숙한 환경에서 던질 수 있다. 지난해 초반에 비해 구위가 좋아진 류현진이 경험의 힘까지 업고 던진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제 다저스 역사에도 도전하는 류현진이다. 다저스 역사상 선발투수로서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4경기 연속 원정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57년의 조니 포드레스, 1969년과 1970년의 빌 싱어, 그리고 2012년의 채드 빌링슬리만이 3경기 연속 원정경기 무실점을 달성했다. 열심히 던지다보니 류현진이 이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5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간다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도 원정 경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18일 AT&T 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이다. 여기서도 무실점 등판을 한다면 1988년 허샤이저가 가지고 있는 다저스 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욕심을 내볼 만하다. 류현진의 지난해 AT&T파크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비교적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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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필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