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슬라이더, MLB 예언 맞아떨어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3 07: 12

“메이저리그에서는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그 시점, 이 새로운 선수를 분석하는 MLB의 시각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미 언론들은 류현진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체인지업은 물론 슬라이더의 구사 능력에도 주목했다. 오히려 슬라이더가 더 위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스카우터들도 있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그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는 체인지업 못지않은 위력의 슬라이더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리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흠잡을 곳이 없는 투구였다. 완벽하게 살아난 구위, 완벽한 제구, 그리고 완벽한 완급조절이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단연 슬라이더의 위력이었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의 주무기는 누가 뭐래도 체인지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하는 명품 구종이다. 그러나 마음먹고 던진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경기 중반까지는 체인지업 없이도 애리조나 타선을 제압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슬라이더였다. 후반 들어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기는 했으나 중반까지의 무게중심은 분명 슬라이더에 있었다.
류현진은 이날 99개의 공 중 45개를 변화구로 던졌다. 가장 비중이 높았던 구종은 슬라이더로 19개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16개로 오히려 슬라이더보다 적었다. 커브가 8개였는데 초중반까지는 체인지업 비율을 줄이면서 슬라이더로 상대를 요리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머릿속에 넣고 들어온 애리조나 타자들의 전략을 역으로 이용했다.
1회부터 6회까지는 슬라이더 비중이 체인지업보다 높거나 같았다. 7회 들어 체인지업을 4개 던졌고 슬라이더를 1개로 줄이면서 이 비율이 역전됐을 뿐이다. 아웃카운트도 슬라이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총 9개였다. 체인지업은 7개였다. 오히려 슬라이더 구사 비율에 당황한 애리조나 타자들이 당황하면서 체인지업의 아웃카운트 비율이 늘어난 감이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슬라이더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인지업 하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류현진의 괴물 본능을 자극했다. 올해는 커브의 구사 비중도 늘인 가운데 슬라이더의 위력도 더 좋아진 느낌이다. 슬라이더의 위력 향상은 체인지업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 점점 완성형 투수가 되어 가고 있는 류현진의 진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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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필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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