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마지막 퍼즐 조각, 외국인 좌투수 에버렛 티포드(30)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
티포드는 12일 잠실 NC전에 선발 등판, 총 77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경기 전 LG 김기태 감독은 티포드를 두고 “투구수는 70~80개, 5이닝 정도 맡길 생각이다”고 했고, 티포드는 김 감독의 계획대로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고, 팀도 1-10으로 대패를 당했지만, 이날 티포드의 호투만큼은 LG의 위안거리였다. 시작부터 140km 후반대의 포심 패스트볼을 꽂으며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마쳤고, 5회까지 위기 상황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적극성을 유지했다. 특히 직구와 더불어 가장 많이 던진 커브의 낙차가 굉장히 커서, NC 타자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컷패스트볼(슬라이더)과 간간히 섞어 구사한 체인지업도 좋은 짝을 이룰 듯 보였다.

무엇보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임이 증명됐다. 최고 구속 148km를 찍었는데 한국에 온지 불과 10일 됐고, 실전도 이제 겨우 두 번째임을 생각하면 향후 더 빠른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티포드는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얄스에서 뛸 때 포심 평균구속이 91.1마일(146.6km)이었다. 150km 강속구를 기대할만 하다.
단순히 공을 잘 던지는 것만이 아닌, 주자 견제에도 능숙했다. 마치 봉중근을 보는 것처럼 빠른 견제로 1루 주자를 묶으려하는 장면이 나왔다. 한국에 온 외국인투수 대부분이 주자 견제, 퀵모션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티포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땅볼 수비도 능숙했다. 투구 템포가 빠르고 공격적인 성향이라 포수 윤요섭과의 상성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최대 관건인 이닝소화능력도 기대해볼만 하다. 티포드는 메이저리그에선 8경기만 선발투수로 나왔지만, 마이너리그에선 119경기에 나섰다. 한 시즌 내내 선발투수로 나선 2009년에는 27번 선발 등판해 145이닝을 소화했고, 이듬해에도 100이닝을 넘겼다. 비록 캔자스시티는 티포드가 빅리그 불펜투수로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했으나, 티포드에겐 선발투수가 더 맞는 옷으로 보였다.
티포드는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두고 “2006년 프로 입단 후 캔자스시티 한 조직에서만 8년을 있었다. 여러 가지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내가 돈 받으면서 이곳에 온 이유는 승리를 위해서다. 내가 몇 승을 하고 타이틀을 따내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승하는 게 목표고 가장 중요하다”고 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MBC 스포츠 플러스 차명석 해설위원도 13일 경기 해설 준비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아 티포드를 바라봤다. 차 위원은 티포드의 1회 모습만 보고도 “좋은 투수인 것 같다. 빠른 공을 갖고 있고, 커브의 각도도 크고 위력적이다. 지난해 이런 투수가 LG에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고 올 시즌 티포드의 활약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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