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갑동이', 장르극도 通하게 만든 배우들의 명연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4.13 09: 58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갑동이' 찾기에 나섰다. 부녀자연쇄강간살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들고 찾아온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에 빠져서다.
멜로물이 아닌 미스터리 감성 추적드라마라는 장르는 결국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의 시너지를 내며 시청자의 공감과 호기심을 단 2회 방송 만에 크게 자극했다.
여기엔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미스터리 수사물의 가능성을 한 차례 입증했던 조수원 PD가 있었고, 이를 뒷바침한 건 배우 성동일, 윤상현, 그리고 엠블랙 이준의 연기력이었다.

극중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하무염(윤상현 분)과 양철곤(성동일 분)은 첫회부터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이는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단순한 적대감이 아닌, 친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이에 대한 증오, 또 희대의 연쇄살인마의 자식일 것이라는 오해가 서로에게 예리한 칼날을 시종 겨누며 시청자까지 불편케 만드는 관계다.
하무염은 갖은 비난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진짜 '갑동이'를 잡아 아버지의 누명을 풀고자 하는 절절함을 눈빛에 담아 사건현장을 누빈다. 프로파일링을 위해 사건 과정을 떠올리는 극중 상상 속에서는 실제 범인의 역할까지 실감나게 재현, 아닌 줄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그를 진짜 '갑동이'로 오해하게끔 만드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런 하무염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건 단연 일탄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부임한 양철곤이다. 그는 하무염의 아버지 하일식을 '갑동이'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자, 여전히 하무염을 '갑동이 아들'로 지칭하며 17년 만에 재발한 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냉혈한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진짜 '갑동이'를 찾아내는 게 있는 만큼 이후 극이 전개될수록 오해가 풀리고 진범 찾기에 협력하게 될지 여부도 흥미포인트로 작용할 전망.
윤상현과 성동일의 연기 호평이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면, 의외의 한방은 극중 사이코패스 성향을 감추고 살아가는 류태오(이준 분)에게 있었다.
이준은 흡사 사이코패스에 빙의된 듯한 눈빛과 미소 등의 연기로 보는 이에게 섬뜩함을 안겼다. 단 2회 동안의 '갑동이' 등장만으로 이준은 분명 연기돌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진짜 '갑동이'의 정체를 가장 먼저 눈치챈 듯한 인상을 주고 있고, 그에 대한 존경심에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듯한 늬앙스도 풍기고 있어 극의 큰 중심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회에선 공중전화 박스에서 통화중인 하무염을 오토바이 헬멧으로 가격해 기절시킨 모습이 비춰진 만큼 이후 전개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갑동이'를 찾아 헤맨 세 남자 하무염, 양철곤, 류태오가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극의 초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들었으니, 두 여자 오마리아(김민정 분), 마지울(김지원 분)도 여기에 힘을 보태 또 하나의 웰메이드 케이블 장르극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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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갑동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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