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단순한 기량을 가지고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여러모로 흡사한 구석이 많다. 체구, 타구, 쇼맨십, 그리고 팀의 상황까지. 롯데의 새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32)가 보스턴의 ‘빅 파피’ 데이빗 오티스(39)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스타 출현을 예감케하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시작이 늦었던 히메네스는 1군 복귀 후 3경기 동안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롯데 중심타선에 힘을 싣고 있다. 3경기에서 타율은 2할7푼3리로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타점이 4개나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난 경기도 있었다. 한국 무대 첫 경기였던 지난 10일 사직 LG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1-1로 맞선 연장 10회 1사 1,2루에서 정찬헌의 직구를 받아쳐 그대로 사직구장의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떠올린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오티스였다. 불혹의 나이에도 보스턴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오티스는 12일 현재 메이저리그 통산 1981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7리, 433홈런, 1437타점을 기록 중인 스타플레이어다. 이와 비교하면 히메네스는 경력에서 크게 떨어지지만 적어도 라인드라이브로 높은 사직구장의 담장을 넘기는 그 장면은 오티스의 홈런을 떠올리게 했다. 엄청난 힘이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히메네스의 이런 타구를 일찌감치 예언한 바 있다. 전지훈련 때부터 히메네스의 방망이 궤적을 보고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제 그런 모습이 첫 경기부터 나왔다. 궤적상 앞으로도 그런 괴력의 홈런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사직구장의 펜스가 높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히메네스의 힘은 이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얼굴은 그렇게 비슷하지 않지만 적어도 엄청난 덩치는 오티스와 닮았다. 오티스의 공식 프로필은 193㎝에 104㎏다. 거구다. 히메네스도 이에 못지않다. 키가 192㎝고 몸무게는 오티스를 능가하는 127㎏에 이른다. 히메네스가 좀 더 통통한(?) 느낌을 주지만 한국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체형임을 고려하면 체감상 엇비슷한 점이 있다. 같은 왼손 타자이기에 ‘싱크로율’은 좀 더 올라간다.
아직 3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만약 이런 클러치 능력을 보여준다면 오티스와 또 하나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오티스는 현역 메이저리거 중 8회 이후 경기를 결정짓는 홈런을 가장 많이 때린 선수 중 하나다. 큰 경기, 결정적인 순간 쏘아올린 홈런의 수도 수없이 많다. 그런데 히메네스도 첫 경기에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쇼맨십도 히메네스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오티스의 몸짓 하나하나는 보스턴 팬들을 열광시키는 요소가 된다. 팀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무형적 요소이기도 하다. 경기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스타일인 히메네스도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이 아니라면 팬들의 시선을 잡아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히메네스가 ‘사직의 빅 파피’가 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팀의 우승이다. 오티스는 오랜 기간 우승에 목말라있던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려놓으면서 보스턴 시민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역시 20년 넘게 우승 경험이 없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올해 우승후보로 뽑히고 있지만 이는 히메네스가 중심타선에서 폭발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히메네스가 부산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야구를 잘하면 많은 것이 따라오는 무대가 사직구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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