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님이 고맙습니다".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6)이 지난 12일 롯데와의 광주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2승을 따냈고 팀의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날 양현종은 커터형 슬라이더로 롯데 타자들을 상대했다. 모두 31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빠르기와 각도가 더욱 예리해졌다. 그는 경기후 이례적으로 상대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양현종은 "김시진 감독님이 고맙습니다"라며 "김시진 감독님에게서 커터(컷 패스트볼)를 배워 잘 안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그립으로 지금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다. 슬라이더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있게 던지고 있다. 오늘도 슬라이더가 잘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양현종은 지난 2010년 16승을 따냈다. 전신 해태를 포함해 타이거즈 역사상 좌완투수가 거둔 가장 많은 승수였다. 리그의 손꼽히는 좌완투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고민이 컸다. 너무 투구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5회가 되면 투구수는 100개를 육박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에 발탁받은 양현종은 대표팀 투수코치로 부임한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에게서 컷 패스트볼을 배웠다. 이유는 타자들을 맞춰잡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투구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광저우에서 금메달을 따고 새로운 주무기로 활용하는 듯 했다.
그런데 양현종은 2011시즌 망가졌다. 투구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보통 이하의 투수로 전락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볼의 탄착군이 형성되지 않았다. 볼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밀어서 던진다는 말도 들었다. 스피드와 변화구도 비정상이었다. 그래서 컷패스트볼을 배우면서 투구밸런스가 이상해졌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2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양현종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작년 전반기에만 9승을 따내면 재기에 성공했다. 비록 두 번의 옆구리 부상 때문에 기세를 잇지 못했지만 부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올해는 개막 3경기에서 2승, 방어율 0.45의 최강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커브를 장착하면서 완급조절 능력이 좋아졌고 안정된 투구폼으로 투구수도 잘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 슬라이더의 예리함이 더해지면서 더욱 강해졌다. 어찌보면 커터형 슬라이더로 볼 수 있다. 체인지업까지 던지면서 포피치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서야 양현종은 가슴속에 꽁꽁 숨겨놓은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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