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씹을 때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신다면…"
벌써 10년이나 된 드라마인 '대장금'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어린 장금이는 정확한 미각으로 음식의 단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한 게 홍시라는 걸 알아차린다. 이런 건 누가 알려줘서 아는 게 아니다. 장금이에게 '어찌 홍시가 들어간 걸 알았는가'라고 물어봐도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고 답한 것'이라는 우문현답이 돌아 올 뿐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톱타자 추신수(32)의 선구안도 이와 비슷한 데가 있다. 개막 후 10경기를 치른 추신수는 46타석에서 23번 출루에 성공했다. 안타는 12개, 몸에 맞는 공이 1개, 그리고 볼넷이 10개다. 추신수는 날카로운 선구안으로 상대 투수들을 질리게 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출루율 5할은 우연히 얻을 수 있는 성적은 결코 아니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에도 방망이를 좀처럼 내지 않는 추신수를 보고 있자면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본인은 "그 정도까지는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올해 추신수의 집중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추신수에게 올해 선구안의 비결을 물었더니 한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선수 본인도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한 듯 한동안 고민하더니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답을 내놨다. 특히 포수 미트에 도착하기 직전 변화를 일으켜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난 유인구를 가려내는 비결에 대해서는 "나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볼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방망이를 멈출 뿐"이라고 말했다. 딱히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볼인것 같아서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는 추신수의 말은 장금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분명 장금이와 차이는 있다. 장금이의 맛에 대한 재능은 타고난 측면이 크지만, 추신수의 선구안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추신수는 "원래 난 선구안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추신수는 선구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테니스공에 숫자를 쓴 뒤 피칭머신으로 쏘고 그 숫자를 맞추는 훈련은 추신수가 매일 빼먹지 않고 챙기는 코스다. 작년 신시내티에서는 장비 문제로 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텍사스에서는 빼먹지않고 하고 있다.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출루율 5할이라는 결과 뒤에는 과정이 있다. 추신수가 올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배트를 내민 건 17.2%(MLB 평균 29%)에 불과하다. 추신수의 커리어 전체를 살펴봐도 올해가 가장 낮다. 메이저리그 첫 2년인 2005년과 2006년 추신수는 MLB 평균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을 많이 했지만, 2007년 이후로는 꾸준히 평균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기록하고 있는 17.2%는 이제까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텍사스에서 톱타자 중책을 맡은 추신수는 신중한 타자가 됐다. 전체 투구에서 추신수가 방망이를 낸 것은 36.5%(MLB 평균 45.3%)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공을 보면서 투수를 괴롭히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컨택능력도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올해 추신수의 헛스윙 비율은 5.7%(MLB 평균 9.5%)밖에 안 된다.
현재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선구안을 앞세워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선구안의 비법을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선구안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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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