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가 머리에 맞는, 이른바 ‘헤드샷’으로 인한 퇴장이 퓨처스리그 공식 경기에서 나왔다. 그것도 첫 타자를 상대로 한 상황이라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고의성은 전혀 없었지만 규칙은 규칙이었다.
상황은 13일 kt와 LG 2군의 경기가 열린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발생했다. kt는 이날 선발로 신인 유희운을 앞세웠다. 그런데 1회 첫 타자인 백창수에게 던진 4구째 직구가 헬멧에 맞았다. 공이 손에서 빠졌다. 완벽히 손에서 긁지 못한 탓에 구속도 평소보다 느렸다.
모든 이들의 넘어진 백창수에게 쏠려 있는 사이, 유덕형 주심은 유희운을 향해 퇴장을 지시했다. 올해부터 신설된 이른바 ‘헤드샷 자동 퇴장 룰’에 의거한 결정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신설한 대회요강 1조 6항을 보면 “주심은 투구(직구)가 타자 머리 쪽으로 날아왔을 때 맞지 않더라도 1차로 경고하고 맞았거나 스쳤을 때에는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를 퇴장 조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희운의 고의성과는 관계없이 퇴장을 명령한 것이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몸에 맞는 공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고의성은 없었다. 만약 고의성이 있었다면 LG 벤치에서 가만히 있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신설된 규칙은 철저히 지켜야 했다. 유희운은 억울해 했지만 어쩔 수 없었고 kt 벤치에서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유희운은 곧바로 한윤기로 교체됐다. 다행히 공에 맞은 백창수도 안정을 찾은 뒤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9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과의 경기에서 당시 LG 투수였던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가 배영섭(삼성, 현 경찰청)의 머리를 강타하면서 생겼다. 위험천만한 사태에 이런 상황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KBO는 올해부터 직구 헤드샷은 무조건 퇴장시킨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아직 1군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3월 19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시범경기 당시 송승준이 이 규정에 따라 퇴장당했다. 당시 공도 손에서 빠지며 최승준의 헬멧 챙에 맞았는데 원현식 주심은 신설된 규정에 따라 퇴장을 명령했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지난 11일 최금강(NC)이 이 규정에 따라 퇴장 명령을 받았었다.
고의성이 있는 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기는 큰 문제없이 재개됐지만 각 팀으로서는 이 규정에 따른 돌발 상황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 이번처럼 선발투수가 ‘헤드샷’으로 일찍 퇴장을 당할 경우 대기하고 있는 불펜 투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경기 흐름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kt도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한윤기가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투구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고 결국 4실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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