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리' 하영민, 넥센 토종선발 희망 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13 17: 03

올 시즌 넥센 토종 투수 중 최고의 피칭이었다. 고졸 신인 우완 하영민(19)이 프로 1군 데뷔전을 선발승으로 장식하며 넥센의 토종 선발진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영민은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넥센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전에서 선발등판한 것도 모자라 5이닝 1실점의 깔끔한 피칭으로 승리까지 따냈다. LG 임지섭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데뷔전 선발승. 역대를 통틀어도 1991년 롯데 김태형, 2002년 KIA 김진우, 2006년 한화 류현진, 2014년 임지섭에 이어 5번째 고졸신인 데뷔전 선발승이다.
광주 진흥고 출신으로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1번 전체 4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하영민은 부드러운 투구폼과 안정된 밸런스에서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당초 시즌 중후반에야 1군에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였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데뷔했다. 기존의 선발투수 오재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며 2군으로 내려갔고, 염경엽 감독은 하영민을 1군에 불러올렸다.

하영민은 1회 이용규와 정근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수 허도환이 이용규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한숨을 돌린 하영민은 펠릭스 피에를 우익수 뜬공, 김태균을 3루 땅볼 잡고 위기를 실점없이 넘겼다. 2회에는 김회성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가볍게 삼자범퇴. 3회에는 선두타자 한상훈에게 우측 2루타를 맞고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김민수를 2루 내야 뜬공, 이용규를 좌익수 뜬공, 정근우를 3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흔들림 없는 위기관리능력도 과시했다.
4회에도 피에-김태균-고동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공 9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하며 자신있는 피칭을 펼친 하영민에게는 5회가 고비였다. 김회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뒤 좌익수 비니 로티노의 실책으로 무사 3루 위기에 처했다. 정현석을 3루 땅볼로 아웃시켰으나 한상훈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첫 실점했다. 하지만 대타 김경언을 1루 내야 뜬공, 이용규를 2루 땅볼로 요리하며 추가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영민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총 투구수는 72개로 스트라이크 42개, 볼 30개. 최고 146km 직구(31개)에 체인지업(24개) 슬라이더(14개) 커브(3개) 등 변화구를 더 많은 비중으로 가져갔다. 주무기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체인지업의 활용도를 높이며 한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제구력도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 후 하영민은 "날아갈 것 같이 기분이 좋다. 경기 전 많이 긴장이 됐는데 선배들이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다. 즐기면서 하라는 선배들 말씀 덕분에 잘 던질 수 있었다"며 "1군 등판이 생각보다 빨랐다. 선발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었는데 승리투수가 돼 기쁨이 두 배"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부모님께서 야구장에 오신 것도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기분이 좋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도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1승·1.62) 앤디 밴헤켄(2승1패·1.96)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하고 있지만 토종 선발들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오재영(2패·11.57) 강윤구(6.55) 문성현(1승·4.66)이 흔들리며 염경엽 감독에게 근심을 안겼다. 이 시점에서 하영민이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났다. 인상적인 선발 데뷔전으로 넥센토종 선발진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고졸신인의 깜짝 선발승으로 넥센호가 순풍에 돛단듯 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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