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어벤져스2] "코리안 크루 열정 감탄"..논란 속 의미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4.14 07: 12

지난 2012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의 2편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조스 웨던 감독)'이 한국 촬영 공식 일정을 마감하며 16일간의 떠들썩한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달 30일 마포대교 촬영으로 시작된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은 세빛둥둥섬, 상암동 DMC, 월드컵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계원예술대학교, 문래동 철강거리 등에서 교통 통제 속에 촬영을 진행했다. 14일 소스 촬영을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국 촬영 유치(2014년 1월 21일 OSEN 단독보도)에서부터 한국 여배우 수현의 캐스팅, 범 정부차원의 지원 등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어벤져스2'는 한국 최초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 촬영이었기에, 말도 많았고 기대와 실망이 공존했으며 세간의 시선도 엇갈렸다. 한국 촬영이 끝난 시점에서, 보다 한국영화계의 발전적인 방향에 시선을 두고 논란 속 의미를 짚어봤다.

- 밖에선 잡음, 안에선 진행 척척
"코리안 크루(Korean crew)의 열정이 대단하고 감사하다." '어벤져스2'에 참여한 한 외국 스태프의 의견이다.
'어벤져스2'는 지난 해 말 프로덕션 서비스를 담당할 국내 영화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 끝 한 업체가 선정됐고, 한국 스태프진이 중심으로 팀이 꾸려졌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3월 말~4월 초 촬영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세팅을 했으며 드디어 지난 3월 30일 촬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등 영화계 유관단체들의 협조 아래 범 정부 차원에서 유례 없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자 곱지 않은 시선, 혹은 정당한 항의가 이뤄졌다. 한국영화 '소녀무덤'이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촬영 협조 불가 통보를 받자 '어벤져스2'가 비교 대상이 되며 비호감 시선을 받는가 하면, 개그맨 이병진 등 시민들은 교통 통제를 두고 "불편하다"며 쓴소리를 날렸고, 네티즌이 스포일러성이나 저작권에 위반되는 영상을 유포할 당시 엄격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제작사 마블의 태도가 철통 보안을 넘어 강압적인 분위기로 각인되기도 했다.
물론 이유 있거나 충분히 가능한 시선들이었지만, 이런 시끄러움과 다르게 내부적으로는 순조롭게 촬영이 이뤄져 만족할 만한 과정이었다는 전언이다.
이번 한국 촬영에 참여한 한 스태프는 "촬영 과정이 고생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고생'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영화 스태프들이 전에 해 보지 않았던 작업을 해 본 것은 맞으나 그것은 고생이 아닌 새로운 습득과 경험이었고,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 스태프들과 마찰을 빚은 적 없으며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이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영화인들의 '열정'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합리적인 사고와 작업 방식을 지닌 외국 스태프들은 이런 한국 영화인들의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감사하다는 뜻을 보냈다"라고 귀띔했다.
- 촬영은 끝,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
촬영은 끝났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촬영을 앞두고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 에반스 등이 방한할 것이라고 예상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영화의 상당 부분이 CG처리되는 이 영화에서 서울 주요 공간들이 어떤 쓰임새를 갖느냐였다.
전편 '어벤져스'의 유명한 뉴욕 시가지 장면도 직접 촬영한 게 아닌, 세트장에서 찍고 배경은 전부 CG처리했던 것을 상기했을 때, 한국에서 직접 도심 교통을 통제하고 촬영한다는 것에 마블팬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벤져스2'에 서울 장면은 약 15~20여분 가량 삽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추격전과 폭파장면 등이 담겨지고 소스 촬영은 액션 시퀀스 용도로 사용된다. 그 소스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따라 한국 촬영의 의미가 달라질 전망이다.
또 크리스 에반스가 내한해 크게 주목받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서 볼 캐릭터는, 이미 마블팬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헐크다. 토니 스타크의 헐크버스터 수트와 헐크의 메인 배틀 모습이 살짝 공개돼 이미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번 편에서 새롭게 주목될 인물들과 한국 촬영의 연관성도 지켜 볼 만 하다. 영화 관계자는 "사실 누가 촬영을 오냐보다 영화가 완성되고 개봉할 때 내한하는 것이 영화 홍보의 효과적인 면에서는 더 클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촬영이 진짜 시작인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한국 촬영을 유치할 예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올 가을에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유명 감독의 블록버스터의 촬영이 이뤄질 예정이다
'어벤져스2' 촬영에 보인 정부 차원 지원의 명과 암, 촬영 협조에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이와 반대로 반발심을 갖는 여러 목소리 등이 다음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완되고 발전될 지 지켜볼 만 하다. '어벤져스2'가 그 발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2조원 효과? 아니면 어쩔래" 식의 공격은 곤란
이번 '어벤져스2' 이슈에서 큰 중심을 차지했던 것 중 하나는 '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숫자'다. 한국에 100억원 가량의 돈을 투입하는 '어벤져스2'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로 한국에서 쓰는 제작비 중 약 30%를 환급받는다.
여기에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이 2조원 이상의 관광 홍보 효과를 낼 것이란 문화체육관광부의 말이 과연 설득력이 있냐는 반응이 거셌다. 네티즌 뿐 아니라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쨌거나 2조원을 말한 쪽이나, 그 효과를 별로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쪽이나 현재로서는 '추측'에 불과하다. 가능성을 어디에 두느냐에 전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2조원의 효과를 기대한다는데, 아니면 어쩔거냐' 식의 공격적인 생각은 곤란하다. 2조원은 상징적인 수치일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뉴질랜드가 거둔 효과를 그대로 기대하는 건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모습이 얼마나 세련되고 매력적이게 담기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있다. 마블의 세계는 생각보다 크다. 확실한 것은 이전에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한국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개봉해서 그 결과물을 직접보고 쟁점을 상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nyc@osen.co.kr
'어벤져스' 포스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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