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NC 좌완 홍성용(28)은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9년 만에 첫 1군 등판을 마쳤다. 1이닝 1볼넷 무실점.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OSEN과의 인터뷰에서 홍성용이 자주 언급한 단어는 ‘기회’였다. 홍성용에게 NC 입단과 1군 등판은 기회 그 자체였다.
홍성용은 “기회를 받는다는 거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있을 수 없었던 일인데 김경문 감독님과 최일언 코치님이 기회를 주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하면서 솔직히 이렇게까지 기회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라며 “감독님, 코치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끝나니까 감독님 밖에 안 보였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2005년 LG 2차 5라운드 지명부터 방출, 그리고 5년여의 일본 독립리그 선수 생활까지. 힘들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홍성용은 “여태까지 힘들었던 게 생각났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마운드 오를 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경기 끝나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을 채찍질한 9년여의 시간은 긴 기다림이었다.
첫 등판에서 떨렸을 법도 하지만 최일언 투수코치의 한 마디가 홍성용을 안심시켰다. 홍성용은 “투수 교체할 때 코치님이 ‘2군에서 던졌던 대로 자신 있게 던져라. 너 공 좋으니까. 사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개도 가로 저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홍성용도 “던지려고 했던 곳에 꽂았던 거 같다”며 첫 등판 소감을 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까지 나왔다.
팬들에 대한 각오에 대해 홍성용이 꺼내든 말은 ‘안정감’이었다. 불안한 투수는 되기 싫다는 홍성용이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만약 1군에 남으면 4강을 노리는 NC에 중요한 시즌이니까 꼭 이기는데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도 홍성용이 나와도, 비록 원포인트 일지라도 안정감을 주고 싶다. 볼볼볼하며 불안함을 주기보다 자신 있게 승부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성용은 공교롭게도 인터뷰 다음 날인 13일 잠실 LG전에서 ⅔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또 한 차례 힘을 보탰다. 왼손 타자 박용택과 이진영을 상대로 연속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제 몫을 다했다. “불펜에서 준비하는 것만으로 좋다. 내가 1군에 있는데 팀이 이기면 좋다”고 말한 홍성용. 홍성용의 말 속에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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