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청년, 4전 5기 정비공 박시환(27)이 드디어 가수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11월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5' 결승 무대를 거쳐 5개월여 만에 14일 드디어 그의 이름이 새겨진 첫 번째 음반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을 발표한다. 오랫동안 꿈꾸고 기다려온 만큼 그의 열정과 간절함이 차곡차곡 담긴 음반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OSEN과 만난 박시환은 더 날렵해진 모습이었다. 특유의 여린 이미지는 그대로였지만 표정은 한층 더 밝았다. 다이어트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5개월 전, '슈퍼스타K5' 결승전 무대에서 본 그가 분명했지만 그때와 또 다른 분위기도 풍겼다. 하지만 조용하게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진지한 모습 그대로였다.
결승전 후 약 5개월. 박시환은 드라마 OST를 부르고 공연에도 참여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쏟았다. 스스로 "수도승처럼 바른 생활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노래 연습과 운동에 몰두하며 음반 준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 시기에 박근태 작곡가를 만나 '박시환만의 색' 찾기에도 돌입했다.

"박근태 선생님은 멘토 같은 분이죠.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줬고, 정말 멋진 노래를 만들어 주셨어요. 보컬적인 부분이나 창법적인 부분을 많이 발전시켜 주셨죠. 은인 같은 분입니다."
박시환의 데뷔음반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봄에 간절히 바라왔던 가수로서의 삶을 앞두고 새로이 깨어나는 순간의 설렘과 변신을 의미하고 있다. 박근태를 비롯해 작사가 김이나, 작곡가 심현보 등이 참여했다. '봄날의 이별 감성'을 담아낸 신곡 3곡과 '슈퍼스타K5' 결승전에서 들려줬던 '내 사람',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급남녀' OST '그때 우리 사랑은' 등이 수록됐다.
"이별 노래가 3곡인데 짝사랑했던 경험을 생각하면서 불렀어요. 고백했다가 차였던 적도 있고요. 아무래도 제게는 이별 노래의 우울함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박근태 선생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타이틀곡인 '다만 그대를'은 브릿팝 기반의 미디엄 템포 팝 록으로, 떠난 여자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심정이 박시환의 섬세한 음색과 감정으로 표현됐다. 박시환의 장기인 시원한 고음과 아날로그 감성의 내레이션도 들어갔다.
특히 이 곡은 故김광석의 '사랑했지만' 후렴구를 최초로 샘플링한 곡. '사랑했지만' 원작자인 한동준이 박시환을 직접 만나 처음으로 샘플링을 허락했다고 한다. "정말 영광이죠. 일단 한동준 선생님께서 저를 믿어준 것에 대해 감사드려요. 가능성을 믿어주신 것 같아요."
이번 음반을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와 자신감도 컸다. 쟁쟁한 선배 가수들과의 경쟁에도 기죽지 않을 각오였다.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요(웃음). 쟁쟁한 분들이 나오지만 그 분들과는 다른 감정의 노래죠. 또 제가 '슈퍼스타K5'를 통해 꿈을 찾고 이뤘듯이, 그 모습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많이 좋아해줄 것 같아요"

음악과 함께 박시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 바로 '슈퍼스타K'다. 박시환은 '슈퍼스타K' 시즌1부터 5까지 모두 도전, 다섯 번 만에 준우승을 이뤄냈다. 방송 당시 이런 박시환을 두고 '4전 5기 정비공'이라는 말이 나왔고, 시즌5 3차 예선 심사를 맡았던 정재형은 "박시환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내가 반성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이 점점 좋아졌어요. 제가 원래는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그런데 노래로 감정이 표출되는 것 같았죠.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생활고에 부딪히다보니까 꿈을 접어놓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슈퍼스타K'는 처음 지인의 소개로 나가게 됐어요. 그런데 시즌4까지 계속 떨어졌고, 결국 시즌5에서 됐죠. 아마 그때가 가장 간절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박시환은 쉬지 않고 도전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런 박시환의 모습을 보고 많은 팬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금의 박시환을 만들어준 존재다. "'슈퍼스타K5'는 내게 좋은 명찰이 되지 않을까요? 방송 당시 좋은 평가만 받은 건 아니에요. 혹평도, 실수도 많았죠. 그걸 계기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저를 보면서 '노래 더 잘하네. 많이 성장했네'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시환의 말처럼 그는 '슈퍼스타K5' 무대에서 유독 잦은 실수를 했다. 시원한 고음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만들다가도 실수로 무대를 망쳐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박시환은 이를 담담하게,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혹평도 감사했죠. 어떤 게 좋고, 나쁘고를 평가해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는 좋았어요. 시즌5에 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고, 어떤 것을 잘했는지 전혀 모르는 막막한 상태였죠. 호평이든, 혹평이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결승전까지 올라가서 아쉽게 떨어진 무대. 아쉬운 마음은 없을까? 박시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쉬움은 없어요. 오히려 마음이 편했죠. 결승 무대에서도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우승을 했다면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후에 결승 무대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였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노래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꿈을 이루게 된 박시환. 그가 지치지 않고 다섯 번을 도전해서 간절했던 꿈을 이뤘듯이, 그리고 꿈에 모든 열정을 담았듯이 앞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좋은 가수로 성장하는 모습 역시 기대된다.
"신인가수로 데뷔했으니까 꼭 신인상을 타보고 싶어요. 올해의 목표죠. 가수로서 큰 꿈은 감성적으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예요. 노래를 계속 하고, 가수 박시환을 아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요(웃음). 개인적인 바람은 제가 고등학교 졸업이라 학업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대리만족을 위해 대학교 축제 무대에도 많이 서보고 싶고요. 하하하."
seon@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