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라고 거인만 있는 건 아니다. 작은 키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메이저리그 최단신 선수 호세 알투베(24,휴스턴)다.
알투베의 프로필 상 공식 신장은 5피트5인치(약 165cm). 원래는 5피트7인치(약 170cm)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측정해 오차를 바로잡았다. 알투베는 프레디 파텍(165cm, 1981년 은퇴)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작은 내야수로 알려져 있다.
알투베가 작은 키로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메이저리그 주전 내야수로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 57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 준 알투베는 2012년 147경기 타율 2할9푼 7홈런 37타점 33도루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작년에도 152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3리 5홈런 52타점 35도루로 활약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알투베는 2007년 휴스턴과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 온 알투베는 2011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마이너리그 올스타 팀 2루수로 선정됐고 그 해 빅리그에 데뷔하기에 이른다.
작은 키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2012년에는 뉴욕 메츠 소속 불펜투수인 존 라우치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라우치의 신장은 211cm로 역대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키가 큰 선수다. 알투베와 라우치의 신장 차이는 무려 46cm, 이 타석에서 알투베는 내야땅볼 아웃을 당했다. 1951년 에디 가델(108cm)이 타석에 1번 섰던 기록이 있어 역대 최고 신장 차 대결은 아니었지만 둘의 맞대결은 화제를 낳았다.

또한 알투베의 작은 키는 이제 하나의 '단위'로까지 자리잡는 분위기다. 해설자 브라이언 트로스텔은 알투베의 신장을 이용, 홈런 비거리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이 나왔다면 이건 '72.7 알투베'인 셈이다. 알투베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웃어넘길 정도로 아량도 넓다.
올해 알투베는 휴스턴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텍사스 원정에도 알투베는 계속해서 출전하고 있는데, 13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에서는 팀이 텍사스전 12연패를 끊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4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는데, 특히 연장 10회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얻어냈다.
14일 경기를 앞두고 휴스턴 클럽하우스에서 알투베를 만날 수 있었다. 알투베는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에 미소 지으며 "한국 기자와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작은 키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알투베는 "난 야구를 할 때 키가 작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단지 글러브를 끼고, 방망이를 들고 남들과 같이 야구를 즐겼을 뿐"이라고 답했다. 한국 속담인 '작은 고추가 맵다'를 들려주자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인 김선빈(KIA)의 신장도 165cm다. '한국에는 당신과 키가 똑같은 3할을 치는 유격수가 있다'고 말하니 알투베는 "정말이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관심을 보였다.
작은 신장으로 메이저리그를 누비는 알투베를 '인간승리'로 포장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야구를 즐겼을 뿐이고 지금도 남들과 똑같이 야구를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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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