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7경기 연속 무득점에 안정을 찾았던 수비라인에도 균열이 생겼다. 개막 후 8경기서 유일한 무승 팀이 됐다.
인천은 지난 1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홈경기서 수원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첫 승과 함께 득점포가 절실한 인천이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갖가지 묘수를 짜냈다. 수원의 제공권이 약하다고 판단해 설기현 대신 장신 공격수 니콜리치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에게는 휴식을 부여했다. 대신 공격 재능이 뛰어난 '신인' 김도혁을 과감하게 선발 출격시켰다. 골을 넣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였다.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인천이 주도권을 잡으며 전략이 맞아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 12분 만에 꼬이기 시작했다. 베테랑 키퍼인 권정혁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염기훈의 프리킥 크로스가 김은선의 머리에 스친 뒤 인천의 골문 안으로 향했다. 골키퍼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볼이었지만 야속하게도 권정혁의 손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인천은 수 차례 찬스를 잡고도 방점을 찍지 못했다. 이효균, 이보 등의 결정적인 슈팅이 번번이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5분 다시 악몽이 시작됐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정대세가 용현진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인천은 정대세에게 페널티킥 추가골을 허용한 이후 무너졌다. 후반 31분 수비수 2명이 배기종의 크로스를 제어하지 못했고, 산토스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자멸했다.
인천은 이날 대패로 모든 것을 잃었다. 7경기 연속 무득점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지난 2009년 대전(2008년 10월 19일~2009년 3월 14일)이 세웠던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무득점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 개막 후 8경기서 4무 4패(승점 4)에 그치며 탈꼴찌에도 실패했다.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수비진은 가장 중요한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기대했던 첫 승은 요원했다. 김봉길 감독은 "마무리가 안된 게 아쉽다. 홈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인천은 오는 20일 제주(6위, 승점 13)전을 시작으로 27일 포항(1위, 승점 16), 5월 10일 전북(4위, 승점 14)전까지 연달아 어려운 원정길에 오른다.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는 5월 3일 서울(11위, 승점 6)전이 유일하다. 첫 승을 위해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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