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리드오프와 홈런왕이 있는데도 시원하게 점수가 나지 않는다. 선발투수가 탈삼진 11개를 기록해도, 7이닝 무실점으로 자기 몫을 다해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다. 2014시즌 첫 11경기 동안 3승 7패 1무. 4연패에 빠진 LG가 창단 첫 9위, 나락으로 떨어졌다.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LG는 지난주 6경기에서 연장전만 세 차례 치르면서 1승 4패 1무 허무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 경기 평균 3시간 34분의 장기전에서 힘만 빼고 실속은 챙기지 못한다. 첫 5경기까지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선발진이 발목을 잡더니, 최근 6경기에선 예측하지 못했던 수비 에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끔찍했던 그 시절의 경기를 다시 보는 것 같다.
공수 지표를 살펴봐도 암흑기 LG의 모습과 비슷하다. 팀 평균자책점 5.26으로 7위, 에러 12개로 최다 공동 2위, 득점권 타율 2할5푼8리로 6위다. 팀 순위와 직결되는 기록들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면 팀 타율은 2할8푼8리로 3위, 3할 이상을 치고 있는 타자가 6명에 달한다. 그런데 병살타가 17개로 1위다. 안타는 잘 치지만 승리하지 못했고, 추격은 하지만 뒤집지는 못했던 지난날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수비 에러다. 병살타와 안타는 한 끗 차이다. 평균자책점과 득점권 타율 같은 기록은 시즌 초반이라 2, 3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에러는 이렇게 마냥 쌓이면 안 된다. 지금까지 치른 11경기 중 6경기에서 에러가 나왔고, 최근 3경기에선 에러 5개가 쏟아졌다. 에러가 반복되면 승리공식이 사라진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지고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도 에러로 실점하면 승리할 방법이 없다.
최소 에러를 기록해야한다는 게 아니다. 천연잔디가 깔렸고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이상, 어느 정도의 에러는 각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홈에서 원정팀보다 못한 수비력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3루수 조쉬 벨에게 아직 잠실구장 그라운드가 낯설 수 있고, 1루수로 전향한 정성훈이 새로운 수비 위치에 대한 감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야 키스톤은 작년과 변화가 없다. 개막전 주전 유격수로 나섰던 권용관이 부진했는데, 권용관은 작년에도, 그리고 수년 전에도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해왔다. 손주인도 지난해 LG 수비의 중심을 잡았던 모습과 차이가 난다. LG는 지난 11일부터 최근 4년간 주전 유격수로 자리한 오지환을 1군에 올렸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냈던 오지환과 손주인의 키스톤 콤비가 서둘러 2013시즌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지난 2년과 다르게 급증한 볼넷도 문제다. LG 투수진은 현재 볼넷 67개로 최다 2위에 있다. 2012시즌 볼넷 부문 최소 4위, 2013시즌 최소 2위에 올랐던 것과 너무 비교된다. 11경기 중 5개 이상의 사사구를 기록한 게 8경기에 달한다. 야구에서 볼넷은 백해무익을 뜻한다.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고의4구를 제외하면, 볼넷은 대참사의 시작점이다. 야수들에게 수비 기회를 박탈하며 상대타자에겐 무료 출루권을 바친다. 이렇게 볼넷이 많아서는 이길 수 없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10%의 일정도 소화하지 않았고 앞으로 117경기나 남아있다. 선발진 마지막 한 자리가 물음표지만, 4선발까지는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불펜도 이동현-봉중근 필승공식이 건재하다. 박용택은 매 경기 안타를 때리며 리드오프의 정점을 찍는 중이다. 조쉬 벨은 홈런 1위로 LG 최초의 홈런왕이 될지도 모른다. 새 외국인투수 에버렛 티포드는 데뷔전서 1선발 에이스의 가능성을 보였다. 코리 리오단은 마치 한국무대가 메이저리그인 것처럼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이대로라면 외국인선수 투자 대비 효율에 있어 LG는 넥센과 함께 9개 구단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전체적인 구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했을 때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LG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즌은 길다. 앞으로 즐거운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개막전까지 선수단 전체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100% 전력을 가동하려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선수기용의 폭을 넓게 가져가며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김 감독이 정한 올 시즌 승부처는 6월이다. LG는 5할 승률 -6에서 초유의 반등을 이룩한 경험이 있다. 수비가 안정되고 투수진의 볼넷이 줄어들 때 LG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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