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안겨줘야 하는데 미안하지".
한화 김응룡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특정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바로 좌완 유망주 유창식(22)과 송창현(25)이 그 주인공들이다.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좀처럼 승리와 인연이 닿지 않는 탓이다.
김응룡 감독은 "유창식과 송창현이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승리투수가 되어서 사기가 좀 올라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 감독은 "승리를 못해 사기가 꺾일까 걱정이다. 나 때문인 듯하다. 야구가 참 어렵다"며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고민을 토로했다.

유창식과 송창현 모두 올해 한화의 선발로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창식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피안타율이 2할1푼5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2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가 2경기 뿐이었는데 올해는 3경기 만에 벌써 2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한화 선발 중 최고의 활약이지만 승리없이 1패만 당하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삼성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5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로 선발승 요건을 채웠으나 마무리 송창식이 9회 연속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해 승리가 날아갔다. 8일 마산 NC전 5⅓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 13일 대전 넥센전 6이닝 5피안타 6볼넷 1탈삼진 3실점(1자책)에도 팀 타선이 각각 2점·1점씩 그쳐 승리를 못했다.
송창현도 3경기에서 승리없이 1패 뿐이다. 평균자책점이 5.40으로 높지만 지난 6일 문학 SK전에서 1⅔이닝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초반에 무너진 탓이다. 나머지 2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씩 던지며 선발승 조건을 채웠지만 불펜 난조로 모두 승리가 날아갔다. 지난해에는 타선 지원을 못 받았는데 올해는 불펜의 불안으로 승리와 인연이 없다.
지난달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으나 그에 이어 등판한 최영환이 동점 홈런을 맞았다. 11일 대전 넥센전에서도 5이닝 3피안타 4볼넷 1실점으로 막고 한 때 5점차 리드를 했으나 마무리 김혁민이 9회 1사 후 동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김 감독으로서는 핵심 선발투수들인 이들의 사기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타선의 부진과 흔들리는 불펜으로 구상처럼 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아직 우리가 위기를 이겨내는 힘이 부족하다. 실책 하나를 해도 이겨내야 하는데 그대로 무너진다"고 답답해 했다. 유창식과 송창현에게 드러내는 미안한 마음에서 김 감독의 엉킨 실타래 같은 고민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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