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SK 타선, 무엇이 달라졌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4 10: 40

SK 타선이 강해졌다. 설사 지고 있더라도 기대를 품게 한다. 경기 막판 득점으로 전세를 뒤집거나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올 시즌 초반 호성적의 원동력이라고 할 만하다. 찬찬히 뜯어보면 큰 변화가 더러 눈에 들어온다. 요약하면 예민해졌고 끈질겨졌다.
SK는 13일 현재 9승5패(승률 .643)를 기록하며 넥센과 함께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NC(8승4패)와의 승차는 없다. 언제든지 다시 선두로 올라갈 수 있는 여건과 함께 올 시즌 첫 휴식일을 맞이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역시 타선이다. 마운드가 경쾌한 출발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집중력이 한층 좋아진 타선이 팀의 초반 레이스를 지탱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사실 단순한 지표로는 SK 타선의 상승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SK의 올 시즌 팀 티율은 2할7푼8리다. 지난해 2할6푼5리보다 1푼3리가 올랐다. 그러나 상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사실상 제자리다. 지난해 팀 타율 5위였던 SK는 올해도 5위인 까닭이다. 홈런도 14개로 많은 편이지만 지난해도 팀 홈런은 2위였던 SK였다. 하지만 세세한 점을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확 드러난다. 그 차이가 달라진 SK의 타선을 만들고 있다.

SK 타선의 지난해 가장 큰 문제는 나간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팀 출루율이 높은 편이 아닌 상황에서 해결능력마저 부족하니 팀 공격이 정체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3루에 주자를 놓고도 불러 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덕아웃에 아쉬움이 감돌았고 이는 경기 내용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점이 많이 개선됐다.
SK의 지난해 득점권 타율은 2할6푼6리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3할2푼8리다. 단연 리그 1위 기록으로 2위 롯데(.283)보다도 훨씬 앞선 리그 유일의 3할대 팀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희생플라이의 증가다. SK의 지난해 희생플라이는 총 37개로 리그 7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8개의 희생플라이를 쳤다. 리그 1위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거나 주자를 진루시키는 데 있어 팀 플레이의 끈끈함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요소는 타점/주자 비율로 연결된다. 지난해 SK의 타점/주자 비율은 0.14로 리그 평균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0.17로 리그 선두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위타선도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2할3푼9리로 리그 7위에 머물렀던 하위타선 타율은 올해 2할9푼4리의 불방망이다. 나주환 김성현 등이 맹활약한 덕이다. 때문에 루상에 나간 중심타자들이 홈을 밟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굳이 기록을 보지 않더라도 SK 타선의 흐름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아진 느낌이 있다.
타석에서의 집중력도 좋아졌다. SK의 지난해 헛스윙 비율은 9.8%였다. 리그 1위였다. 홈런이 많았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선구안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비율이 8.8%까지 내려갔다. 선수들이 좀 더 끈질기게 공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 막판의 집중력으로도 이어진다. SK는 올해 9승 중 4번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막강한 삼성 불펜을 6회부터 두들겨 벼랑 끝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 SK 타선. 한창 잘 나갈 때의 '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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