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장이 될 수 없다? 과연 그럴까.
‘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42)이 서울 삼성의 신임감독으로 임명됐다. 삼성은 13일 오전 이상민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 감독은 수일 내로 코칭스태프를 꾸려 추락한 농구명가 삼성의 재건에 나선다.
현역시절 이상민은 9년 연속 올스타투표 1위를 고수할 정도로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와 탁월한 시야는 그에게 ‘컴퓨터 가드’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대전 현대와 전주 KCC를 총 3차례 우승으로 이끈 그는 정규시즌 MVP 2회, 챔프전 MVP 1회를 수상했다. 이상민은 한국농구 정통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슈퍼스타로 꼽힌다. 이상민은 '산소 같은 남자', '이스타' 등 화려한 명성에 어울리는 별명도 많았다.

스포츠계에는 ‘스타출신은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오랜 속설이 있었다. 현역시절 ‘슛도사’로 명성을 떨쳤던 이충희 전 동부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13연패의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스타출신 지도자는 기량이 떨어지는 후보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전창진 KT 감독,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처럼 선수시절 눈에 띄지 않았지만 오히려 지도자로 빛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농구계에서는 오히려 스타출신 감독들의 성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올 시즌 모비스를 2연패로 이끈 유재학 감독은 이상민이 롤모델로 삼았던 포인트가드의 정석이었다. ‘농구대통령’ 허재 KCC 감독도 두 번의 우승으로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농구대잔치 세대인 ‘람보 슈터’ 문경은 감독은 지난 시즌 SK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흐름에 편승하듯 동부도 지난 8일 ‘사마귀 슈터’ 김영만 코치를 정식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바야흐로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구단이 왕년의 스타를 사령탑에 앉힌 것.
재미있는 것은 성공한 지도자의 대부분이 왕년에 가드를 봤다는 점이다. 유재학, 유도훈, 허재 감독이 여기에 해당된다. ‘코트 위의 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인트가드는 전술이해능력이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순간적인 임기응변과 지략도 좋아야 한다. 이상민은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였다. 이상민은 선수말년에 사실상 플레잉코치를 겸직할 정도로 팀내 영향력이 대단했다. 이에 감독으로서 이상민의 성공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스타출신이 성공하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현역시절 승부사 기질을 자랑하던 지도자는 당장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은 쉽게 했던 기술을 선수들이 해내지 못할 때 화가 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상민 감독은 2년 전 코치로 부임하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NBA 통산 어시스트 2위에 빛나는 포인트가드 제이슨 키드(41)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올 시즌 돌연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브루클린 네츠를 동부 5위 플레이오프권으로 이끌고 있다. 과연 이상민 감독이 ‘한국판 제이슨 키드’가 될 수 있을까. 다음 시즌 삼성의 행보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제이슨 키드 /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