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최고의 재능, 바로 늦잠 없는 삶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15 09: 10

추신수(32,텍사스) 는 말 그대로 '1억불 사나이'가 됐다.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4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2001년 홀홀단신으로 태평양을 건너 낯선 미국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가 지금 위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이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외야수가 됐다. 기량과 성적, 위상까지 모두 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지만 추신수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텍사스에서도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을 한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도 많다는 뜻이다. 연봉 30만달러를 받는 선수가 부진하다고, 돈이 아깝다고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1년에 천만달러를 넘게 받는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추신수의 연봉은 1400만달러, 팀 내 연봉 3위다. 2016년부터는 연봉이 2000만달러로 뛰는데 그렇게 되면 프린스 필더(연봉 2400만달러)에 이어 연봉 2위가 된다.

그렇지만 추신수는 "많은 연봉 때문에 부담되는 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미 수차례 밝힌 대로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삶이 180도 바뀌는 일은 없다. 이미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자리를 잡은 지 10년 가까이 되는 추신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지는 않았다. 본인이 말한 대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니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야구를 하면 되는 일이다.
가까이서 지켜 본 추신수는 자신에게 한없이 엄격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키는 건 처음 미국에 온 2001년이나 스타가 된 2014년이나 같았다. 잘 알려진대로 추신수는 가장 먼저 야구장에 와서 가장 늦게 퇴근을 한다. 그건 텍사스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보통 추신수는 최소 경기시작 7시간 전에 야구장에 출근한다. 오후 7시에 경기를 하면 정오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도착한다. 오후 2시에 경기를 하는 날이면 오전 6시 반에 출근을 한다. 홈경기든, 원정경기든 마찬가지다. 원정경기라면 동료들이 모두 자고있을 시간에 택시를 타고 홀로 야구장에 나온다.
 
그 시간이면 당연히 클럽하우스는 적막만 가득하다. 일단 야구장에 도착하면 추신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마사지를 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선구안을 키우는 특별훈련인 '테니스공에 적혀있는 숫자읽기'와 타격훈련을 병행하며 경기를 준비한다. 동료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면 이미 추신수는 정해진 훈련 스케줄을 모두 소화한 이후다. 그때부터 추신수는 팀훈련까지 소화하고 경기에 출전한다.
퇴근시간도 가장 늦은 편. 원정경기라면 다 같이 구단버스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지만, 홈경기면 경기 후에도 정해진 스케줄을 모두 소화한다. 대부분 선수들이 간단하게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만 추신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마사지를 받고 나서야 짐을 싼다. 텍사스 클럽하우스를 관리하는 구단 직원은 "추신수를 보면 마치 신인 같다. 가장 먼저 야구장에 오고 가장 늦게 가는 선수"라고 말한다.
추신수는 스스로 다짐한 것들을 매일같이 지킨 덕분에 지금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때문에 추신수는 "당연히 텍사스에서도 하던 대로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매일 가장먼저 야구장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추신수는 "불안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많은 야구선수에게는 루틴(Routine)이 있다. 루틴이란 야구선수가 나름대로 만든 규칙을 뜻한다. 이를테면 스즈키 이치로(양키스)는 경기시작 전 항상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다고 한다. 몸이 페퍼로니 피자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걸 먹어야 한다는 말. 단순히 미신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항상 몸을 같은 상태에 맞추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석해야 한다.
추신수는 "아침에 가장먼저 야구장에 나오는 건 매일 했던 일이라 이제는 그렇게 안 한다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과연 추신수에게 늦잠이 허락되는 순간은 언제 올까. 그는 "이제 매일 이렇게 살아서 야구를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일찍 일어나서 움직일 것 같다. 언제 그 순간이 올지 모르겠지만 10년, 20년 후에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비범한 곳이 있다. 추신수가 남들과 똑같이 야구를 했다면 결코 지금 자리에는 못 올라갔을 것이다. 타고난 신체능력도 있었지만, 추신수 하면 떠오르는 선구안도 숱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다. 어쩌면 추신수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스스로 다짐한 걸 지켜나가는 단호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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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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