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승리를 따내려면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실점을 내줘야 승리투수에 다가설 수 있다. 그 조건을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로 잡는다면 잭 그레인키(31, LA 다저스)는 현 시점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다. 이제는 ‘전설’들의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류현진(27)과 함께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레인키는 올 시즌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평균자책점 2.76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사이영상 수상 경력자다운 안정감이다. 지난 13일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도 5⅓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산발 처리하며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겼다. 삼진은 8개를 잡아냈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 3경기에서 6이닝 넘게 마운드를 지킨 적이 없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 시즌부터 쭉 이어지고 있다. ‘선발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의 기록을 잣대로 세운다면 벌써 15경기 연속이다. 5이닝 이상은 몰라도 2자책점 이하 기록을 15경기 연속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경기만 삐끗해도 깨지는 기록인데 그레인키는 안정감 있게 숫자를 쌓아가고 있다.

이는 현역 선수로는 맷 레이토스(신시내티)가 지난 2010년 6월 10일부터 9월 7일까지 세운 기록과 타이다. 1990년대 이후로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가 1999년 8월 24일부터 2000년 5월 17일까지 15경기 연속 이 기록을 이어갔다. 그레인키는 1990년대 이후 이 기록을 세운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반면 13경기 연속 기록으로 그레인키를 쫓던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는 지난 12일 필라델피아전에서 4이닝 6실점을 기록해 기록이 중단됐다. 현역으로는 독주다.
이런 모습을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전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1914년 이후 이 기록 역대 2위는 그렉 매덕스가 가지고 있는 16경기다. 애틀랜타 소속이었던 매덕스는 1993년 7월 31일부터 1994년 4월 14일까지 16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행진을 이어갔다. 완투가 5경기 있었고 완봉도 1경기가 있었다. 그레인키는 완투나 완봉 경기가 없으나 어쨌든 1경기만 더 잘 던진다면 매덕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역대 1위 기록은 로저 클레멘스가 가지고 있다. 당시 보스턴 소속이었던 클레멘스는 1990년 7월 3일부터 1991년 5월 31일까지 21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7번의 완투, 그리고 5번의 완봉이 끼어 있었다. 아직까지 클레멘스의 기록을 바라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레인키로서도 여기까지 온 이상 욕심을 내볼 법하다. 그레인키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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