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넘을 수 있을까. 2년차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30, SK)가 기로에 섰다. 위기관리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따라 한국무대에서의 명운도 갈릴 수 있다.
레이예스는 올 시즌 1승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지난해 평균자책점(4.84)보다 더 좋지 않다. 들쭉날쭉했다. 6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8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지만 나머지 2경기(1일 잠실 LG전, 12일 대구 삼성전)는 고전했다. LG전에서는 5이닝 6실점(5자책점), 삼성전에서는 4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타선 지원 덕에 패전을 면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레이예스의 구속 자체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다.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여전하다. 잘 될 때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조합이다. 그러나 약점도 지난해와 동일하다는 것이 문제다. 요약하면 위기관리능력의 문제다.

사실 레이예스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가졌지만 볼넷은 피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공을 좀 더 보는 한국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다. 문제는 볼넷 혹은 안타 이후의 투구 내용이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 번의 위기가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 레이예스의 지난해 피안타율은 2할4푼9리였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볼넷을 내준 직후의 피안타율은 2할6푼2리였다. 몸에 맞은 공 이후에는 5할, 안타를 맞은 이후에는 3할, 홈런을 내준 이후에는 3할5푼7리의 피안타율이었다. 실점 이후 분위기를 끊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레이예스는 그 차이가 유난히 컸다. 반면 자신의 기분이 좋을 때는 성적이 좋았다. 삼진 직후의 피안타율은 1할5푼9리였다.
올해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표본이 많지는 않으나 레이예스는 올해 볼넷을 내준 이후 11타자와의 승부에서 피안타율이 4할4푼4리에 이른다. 안타를 내준 이후 6타자와의 승부에서는 피안타율이 4할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흔들린다는 점, 그리고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짚인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상대는 레이예스의 단점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레이예스의 흔들리는 제구를 십분 활용하는 전략도 더러 보인다. 최대한 많은 공을 보거나 커트를 해 레이예스가 제풀에 무너지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비교적 맞아 떨어지고 있다.
결국 제구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면 좀 더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질질 끌다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피안타율에 승부를 걸어보는 것이 낫다는 게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단점을 가리기 위한 피칭보다는 차라리 장점을 살리는 피칭을 하라”라는 이만수 SK 감독의 주문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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