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가정이다. 하지만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단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2013시즌 신시내티가 조이 보토를 2번 타순에 기용, 추신수와 테이블세터를 이루게 했다면 어땠을까?
2012년 12월 신시내티는 클리블랜드, 애리조나와 3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신시내티는 디디 그레오리어스를 애리조나에, 드류 스텁스를 클리블랜드에 보냈고, 클리블랜드로부터 추신수를 데려왔다. 1번 타자 부재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FA를 1년 앞둔 추신수를 선택하는 도박을 했다. 그리고 추신수는 2013시즌 신시내티의 리드오프로서 출루율 4할2푼3리를 마크, 신시내티 구단의 기대치를 100% 이상 충족시켰다.
문제는 신시내티가 추신수의 출루능력 만큼, 점수를 뽑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그 최고의 1번 타자가 있는데, 1번 타자를 진루시킬 2번 타자가 마땅치 않았다. 무려 9명이나 2번 타자로 나섰는데 그 누구도 해답이 아니었다. 2번 타자로 가장 많은 64경기에 출장한 잭 코자트는 타율 2할5푼4리 OPS .651(출루율 2할8푼4리+장타율 .367)로 고전했다.

추신수가 1번 타순에서 출루율 4할3푼2리 OPS .914를 찍어도, 2번 타순은 출루율 2할8푼1리 OPS .632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161경기에 3번 타자로 출장한 보토가 출루율 4할3푼4리 OPS .925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상위 타선 중 2번 타자는 쉬어가는 자리였다. 그러면서 신시내티는 2013시즌을 90승 72패로 마감했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피츠버그와 단판 경기에서 패하며 성공도 실패도 아닌, 애매한 한 해를 보냈다.
2013시즌 중반 신시내티 지역 언론은 물론, 미국 유명 스포츠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선 출루머신 추신수와 보토를 테이블세터에 묶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점을 올릴 수 있는 브랜든 필립스와 제이 브루스를 각각 3번과 4번에 놓고, 토드 프레이저를 5번에 배치하는 게 신시내티의 득점력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2번 타자 보토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시즌 전 베이커 감독은 필립스를 2번 타순에 놓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라이언 러드윅이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했고 시즌 후반에나 돌아왔다. 러드윅이 돌아올 때까지 베이커 감독은 2번 타순을 놓고 시험만 반복했다.
신시내티는 2013시즌이 끝나고 베이커 감독 대신 투수코치였던 브라이언 프라이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프라이스 감독은 지난 2경기서 보토를 2번 타순에 배치시켰다. 시즌 초 3번 타순에서 타율 2할5푼7리 OPS .772로 부진했던 보토는 2번 타순에서 타율 2할8푼6리 OPS 1.302로 반전에 성공했다. 신시내티는 보토가 두 번째 2번 타자로 뛴 지난 14일 탬파베이전에서 12-4로 대승, 올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앞서 말했듯 쓸데없는 가정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2013시즌을 보내며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보토와 같은 슈퍼스타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기는 팀의 선수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준비하는지를 느꼈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추신수와 보토가 테이블세터로 붙어있었다면, 신시내티의 2013년 포스트시즌은 단 한 경기에 그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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