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능, 설마했는데 진짜 4시부터 스타트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4.04.15 10: 39

설마했던 일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진짜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4시 55분으로 합의됐던 지상파 간 방송 시작 시간은 두 달 사이 40분, 30분, 20분, 다시 10분으로 당겨졌다.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하루종일 예능만 보겠다는 최근 방송가 농담이 실제상황이 될 분위기다.
15일 MBC에 따르면 오는 20일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일밤 - 아빠 어디가'가 오후 4시 10분부터 전파를 탄다. 광고 시간까지 합하면 4시부터 스탠바이를 하는 셈. KBS 2TV '해피선데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4시 20분부터 시작하는 가운데 '아빠 어디가'까지 가세하면서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브라운관 점령 시간은 총 4시간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SBS에서 새 예능 '룸메이트'를 선보이는 날이기도 해 경쟁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촉발된 '예능 4시간 사태'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시청자 화제도가 높아지면서 방송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편성표에 따르면 방송시작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지만, 실제로는 20분부터 방송되고 있다. 여기에 하차하는 멤버 없이 오는 20일부터 배우 김정태 가족이 합류하면서, 방송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 확실해졌다.

이로 인한 현장의 고충은 심각하다. 무작정 진행되고 있는 분량늘리기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진다. 방송시간 1분을 늘리기 위해 제작진은 수 시간에 걸친 촬영을 감내해야 하고, 자막, BGM, 편집까지 수 일을 투자해야 한다. 제작진은 뻔한 결말이 보이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지상파 3사가 방송 시작 시간을 4시 55분으로 합의한 것은 몇 분 먼저 시작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제작진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가 치고 나오면서 이 룰에 의해 움직였던 SBS, MBC는 함께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은 분량에 대한 문제 인식 전혀 없어 보인다.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지난달 12%에 이르렀던 시청률이 이달 10%대로 내려앉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긴장감 없이 늘어진다는 시청자 의견도 많아졌다. 
공통적으로 방송 관계자들은 끝없이 늘어나는 예능 시간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시청자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답인 분위기다.
방송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작환경 악화가 이유. 관찰 예능이 많은 현 상황에서 녹화시간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길게는 며칠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량 확보라는 과제까지 떨어지면 현장 피로도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분량을 뽑기 위해 출연자, 연출진이 함께 고생길에 올라야 하는 것.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다른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는 시간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내보내면서 성질이 단순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시장 내부적인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방송분량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채널 간 싸움인 셈. 이 사안이 문제라고 인식된 이유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무려 3시간 30분에 달하면서 이뤄졌다. 전례가 없던 긴 방송시간을 어떻게 정화시켜 나갈지는 현장에 자리한 방송인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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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MBC,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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