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새로운 선발투수를 찾았다.
4년차 우완투수 한승혁(22)은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성적은 5이닝동안 8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5피안타 3볼넷 1실점.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강렬한 투구를 했다. 2-1에서 내려가 승리투수 요건도 채웠다. KIA는 새로운 선발투수를 얻은 경기였다.
한승혁에게는 의미 깊은 경기였다. 지난 2011년 KIA 1번으로 지명한 한승혁은 곧바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1년동안 재활을 했고 2012년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선동렬 감독이 강속구에 관심을 보였지만 1군보다는 2군 무대가 많았다.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문제였다. 올해부터 개막 1군에 진입했고 불펜요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좌완 박경태가 부진하자 선발요원으로 발탁을 받았다.

입단 3년만에 이룬 첫 선발데뷔전이었고 선발로 크기 위한 수험생이었다. 1회초 긴장한 얼굴로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은 첫 타자 정근우를 상대로 151km(전광판에는 154km) 빠른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이날의 선발 데뷔전 호투를 예감한 첫 아웃이었다.
그러나 2번 이용규에게는 150km짜리 볼이 빚맞은 안타가 됐다. 이후 2구째 이용규는 2루 도루에 성공해 한승혁을 흔들었다. 피에는 볼넷. 김태균에게 느린 커브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1회를 막느라 25개의 볼을 던졌다. 힘겨웠던 1회였다.
2회는 김경언 유격수 땅볼, 한상훈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이희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제구력이 흔들리며 정근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시 만난 이용규는 빠른 볼을 던져 2루 뜬공으로 잡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투구수 21개. 역시 다소 많았다.
고비는 클린업을 만난 3회. 그러나 피에와 김태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고동진은 2루땅볼로 유도했다. 빠른볼과 함께 던지는 포크볼에 피에와 김태균은 방망이를 헛돌렸다. 4회도 김회성을 삼진으로 잡으며 삼자범퇴. 불안감은 사라지고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5회 또 한번의 고비가 왔다. 1사후 정근우가 우익수 앞 안타를 때리고 도루에 성공했다. 다음타자 이용규는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 벌써 8번째 탈삼진이었다. 그러나 피에에게 조심스럽게 승부하다 1루 강습땅볼을 맞았다. KIA 1루수 필이 다이빙캐치로 잡은 뒤 홈을 파고들던 정근우를 협살 아웃시키는 재치를 부렸다. 한승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5이닝 1실점.
한승혁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김태균을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투구수 93개는 개인 최다투구수. 한화 선발라인업 가운데 김경언만 제외하고 모두 삼진을 뺏어냈다. 호투한 한승혁이 내려가자 관중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바통을 받은 김태영이 후속타자들을 모두 잡아내 승리요건을 유지했다.
힘을 뺀 좋은 투구밸런스에서는 묵직한 볼이 스트라이크존을 파고 들었다. 빠른 볼을 보여주고 예리한 포크볼을 던지자 상대타자들이 쉽게 속았다. 역시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숙제였다. 그러나 안정감을 찾으면서 대단히 위력적인 볼을 던진 것만은 분명했다.
한승혁의 호투는 KIA에게는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다. 개막 이후 선발진은 양현종과 홀튼 이외는 3~5선발진이 부진했다. 박경태는 두 차례 선발등판에서 난조에 빠졌다. 8패의 이유가 됐다. 김진우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승혁이 가뭄에 단비같은 투구를 했다. 앞으로 기회를 계속 받게된다. 150km와 포크볼로 무장한 정통파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지 더욱 주목되는 한승혁의 호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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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