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공격의 첨병 민병헌(27)이 리그 최고 리드오프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민병헌은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5회초 1-0의 리드를 2-0으로 바꿔놓는 솔로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공수에 걸친 민병헌의 활약 속에 두산은 삼성을 4-1로 꺾으며 2연승을 거두고 6승 6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마운드에서 유희관이 승리에 가장 큰 힘을 보탰다면, 라인업에서는 민병헌의 도움이 가장 컸다. 민병헌은 8회말 이승엽의 2루타성 타구를 점프해 잡아내는 등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민병헌은 이날 야수 중 최고의 수훈을 펼쳤다.

민병헌의 이번 시즌 활약은 리그 최고 수준의 1번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민병헌은 12경기에서 타율 .357에 출루율 .451로 이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장타도 연일 터뜨리고 있어 OPS는 1.070에 달한다. 도루도 3개를 성공해 홈런만 뒷받침 된다면 20홈런 20도루도 불가능은 아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성적으로 판단하면 리그 최고의 1번타자는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신들린 타격감과 스트라이트존 밖으로 벗어나는 볼에 손을 대지 않는 참을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타율 .429, 출루율 .600를 기록하고 있다. 볼넷(18개)은 경기 출장 수(12경기)보다 많다.
그러나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하면 민병헌 역시 리그 최고의 1번타자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다. 8, 9번에서 이어지는 찬스를 해결하는 해결사 본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자면 민병헌은 박용택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박용택은 찬스가 적어 .667의 득점권 타율로도 타점이 3개에 불과하지만 민병헌은 벌써 타점이 10개나 된다. 기록만 보면 1번타자의 타점이 아니다.
현대야구에서 1번타자는 찬스를 만드는 역할 못지않게 자신에게 온 찬스를 해결하는 역할까지 도맡아야 한다. 과거에는 스피드, 선구안 등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타자가 1번에 들어갔다면, 지금은 못하는 것이 없는 타자가 1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 장점을 갖춘 민병헌은 시대가 원하는 1번타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종욱이 떠나며 두산의 1번 자리를 두고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자 민병헌이 이종욱의 공백을 잊게 하고 있다. 오히려 장타 면에서는 민병헌이 앞선다. 민병헌은 장타율이 높다는 말에 “1번이라고 찬스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상 찬스에 준비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1번타자로는 첫 풀타임 시즌이지만, 민병헌은 누구보다 1번 역할에 적합한 활약을 하고 있다. 장타까지 곁들인 활약에 1번으로 쓰기 아깝다는 평가도 있지만, 누구보다 민병헌은 두산의 1번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다. 9번에서 만들어진 찬스를 직접 해결하고 중심타선에도 찬스를 전달하는 민병헌의 모습은 두산이 앞으로도 기대하는 1번의 모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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