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5연패' LG, 대반격 기회 온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16 06: 29

LG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는 지난 8일 연장 무승부를 시작으로 15일까지 총 4번의 연장승부에서 1무 3패, 최근 5연패로 추락 중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거듭된 연장승부로 인한 투수진 소모다. LG는 지난 주 첫 경기인 8일 롯데전부터 12회 연장승부를 했다. 이날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투구수 44개, 셋업맨 이동현이 투구수 30개, 정찬헌이 투구수 28개를 기록했다. 불펜 핵심 투수 셋이 첫 날부터 한계 투구수에 도달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G는 10일 10회 연장, 11일 정규이닝이지만 연장이나 다름없던 스코어 11-12, 13일 12회 연장을 치렀다. 
불펜 투수들의 어깨를 다 써버린 가운데, 타격도 제때 터지지 않았다. 수차례 경기를 가져갈 수 있는 찬스를 잡았으나, 적시타가 아닌 병살타만 꾸준히 나왔다. 수비까지 말썽을 일으키며 지난해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에러가 쌓였다. 불펜 보충을 위해 유원상과 정현욱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신정락을 1군에 올렸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정락은 지난 12일 경기서 홀로 불펜 소모를 막으려 4이닝을 소화하다가 골반에 통증을 느끼고 다음날 바로 말소됐다. 

지난 주 6경기서 1승 4패 1무, 4연패에 빠진 LG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15일 잠실 넥센전서 반등을 노렸다. 최근 3년 동안 빈번히 LG의 발목을 잡아온 넥센을 시즌 첫 맞대결부터 꺾는다면, 연패 탈출과 더불어 분위기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LG는 9회까지 1-1, 또다시 정규이닝 동안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고 11회초 2점을 내주며 1-3으로 무너졌다. 선발투수 우규민이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고, 4회말 정의윤의 솔로포로 리드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승리가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적시타는 끔찍하게 터지지 않았고, 연장서 불펜진이 또다시 한계를 드러내며 5연패 악몽에 빠졌다.
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일단 지난주 6경기와는 다르게 수비가 안정됐다. 불안했던 손주인-오지환의 키스톤이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LG는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둘은 땅볼 유도에 능한 선발투수 우규민의 뒤를 확실하게 받쳐줬다. 외야진 또한 멀리 깊게 날아가는 타구를 쫓아 플라이 아웃을 만들어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손주인과 오지환은 훈련 시간을 앞당겨 내야 수비 연습에 임했다. 오후 2시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30분 동안 쉬지 않고 땅볼 타구를 처리했다. 지난해에도 LG 내야진은 시즌 초 반복된 에러로 인해 30분 일찍 수비 훈련을 했고, 에러수가 급감하는 효과를 봤다. 오지환은 “그라운드 위에 흙 부분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잔디가 작년보다 짧아지면서 잔디 쪽에서 타구에 가속이 붙는다. 이런 변화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추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8회초 위기를 극복한 신승현의 호투도 고무적이었다. 신승현은 1사 1, 2루에서 이택근을 좌익수 플라이,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초 김민성에게 2루타를 맞은 게 옥의 티지만, 불펜진에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투수는 이번에도 만점에 가까웠다. 선발 등판한 우규민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 자기 몫을 다했다. 그러면서 류제국 우규민 티포드 리오단으로 구성된 LG 상위 선발진 모두 컨디션이 100%에 다가가고 있다.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불펜 운용 또한 지난 8일 경기보다 좋았다. 당시와는 다르게 무승부가 아닌 패배를 안았지만, 이동현을 아끼면서 이번 주 남은 5경기를 바라봤다. 김선규가 무너지면서 경기를 내줬으나, 다음날 이동현 카드를 제대로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5연패에도 선수들 머릿 속에는 ‘패배 의식’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손주인은 “어쩌다보니 시즌 초 고비를 맞이했는데 괜찮다. 지금 이 시기만 버티면 치고 올라갈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지환도 “고비가 온다면, 차라리 시즌 초에 오는 게 낫다. 시즌 중반 이후 정말 중요한 시기에 연패에 빠지면 그건 회복하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김용의는 휴일이었던 지난 14일을 어떻게 보냈냐는 김기태 감독의 질문에 “경기는 없었지만 훈련했다. 연패 때문에 분해서 도저히 잠이 안 왔고, 더 야구만 생각나더라. 훈련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기태 감독 역시 이날 경기에 앞서 “지난 주 무승부 제외하고 3승 7패했지만 시즌은 길다. 7승 3패하는 날도 올 것이다”고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상위 선발진이 최근 활약을 이어가고 수비가 안정된다면 무리 없이 페넌트레이스를 치를 수 있다. 불펜진 승리공식에 신승현 유원상 정현욱 중 한 명이 추가되면 지난해 리그 최강 불펜진을 재현하게 된다. 계속된 연장전으로 베테랑 타자들의 타구가 끝까지 뻗어나가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최근처럼 연장이 거듭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체력을 중요히 여기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만 봐도, 단 몇 경기를 잡기 위해 특정 선수를 매일 뛰게 하지는 않는다. 15일 경기서도 김 감독은 경기 초반 타구에 다리를 맞은 박용택을 경기 후반 교체시켰다.
LG는 2013시즌 5월 중순에 5할 -6까지 찍으며 시즌을 조기 종료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패배 속에서도 투수진은 안정적으로 돌아갔고, 수비도 점점 향상됐다. 마운드와 수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니 팀이 한 번에 탄력을 받았고, 5월 후반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갔었다. 올 시즌의 LG 또한 대반격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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