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선발투수 에버렛 티포드(30)는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티포드는 지난 2일 인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잠실구장을 향했고, 취재진에 인사를 전했다. 카우보이모자와 카우보이 부츠를 착용한 채 “좌완투수 에베렛 티포드입니다. 한국에 와서 정말 기쁩니다. 야구를 하면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좋은 날이 더 많도록 하겠습니다. LG가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고 밝게 웃었다.
티포드는 다음날 LG에 정식 합류했고, 12일 잠실 NC전에 선발 등판, 한국무대 데뷔전서 5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투구수를 80개 이하로 제한했고, 선발투수로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염두에 두면 충분히 기대를 걸만 했다.

일단 투구내용 자체가 좋았다. 티포드는 최고구속 148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각도 큰 커브와 컷패스트볼, 체인지업도 적절히 섞었다. 구위와 컨트롤은 물론, 주자 견제와 수비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던 티포드의 첫 선발 등판이었다. 김기태 감독도 “투구 템포가 빠르고 구위도 좋았다. 수비도 뛰어났고 주자 견제 능력도 있더라. 티포드로 인해 선발진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티포드의 데뷔전을 높게 평가했다.
이후 티포드는 15일 잠실 넥센전에 앞서 자신의 데뷔전을 돌아봤다. 또한 서울과 LG에 대한 인상,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상대하게 된 외국인타자들, 다음 등판 목표 등을 전했다.
먼저 티포드는 NC와 상대한 첫 선발 등판과 관련해 “첫 등판치고는 괜찮았다고 본다. 그러나 볼넷을 하나 준 것, 그리고 우리 팀이 승리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고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자신의 투구 스타일에 대해선 “커브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커브가 내 세컨드 피치는 아니다. 상황에 맞게 구종을 선택하는 편이다. 포심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안다. 데뷔전에서 체인지업은 일부러 2타석 정도 돌고 나서 던졌다.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데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 투구의 궁극적 목표는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는 것과 팀 승리다. 주자 견제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집중적으로 배웠다. 매년 더 나아지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티포드는 한국타자들과 맞붙은 소감으로 “한국에 와서 집중적으로 한국타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내가 받은 첫 인상은 한국타자들의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당겨 치고 밀어 칠 수 있는 타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배트 컨트롤이 아주 능숙하더라”며 “흔히 한국타자들은 컨택만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홈런 스윙도 한다. 변화를 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주거지가 된 서울 강남과 관련해선 “강남에 살게 돼서 즐겁다. 어제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는데 최고였다. 강남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다 있는 것 같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것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티포드는 “LG도 서울팀이라 그런지 대단하다. 내가 있던 캔자스시티는 담당기자가 2, 3명밖에 없었다. 전에 잠실구장 기자실을 가보니 기자가 15명이 넘었다. 마치 뉴욕 양키스서 뛰는 것 같다. 내가 잘 던지면 그만큼 잘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뜻 아닌가. 내게 필요한 일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선이 많다고 해서 부담은 없다”고 자신을 향한 관심을 마음껏 즐기겠다고 했다.
현재 한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타자들을 놓고는 “롯데에 있는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연이 있다. 브렛 필은 대학교 때 상대했었고 에릭 테임즈, 루크 스캇, 펠릭스 피에는 프로에 와서 붙었다. 동료가 된 조쉬 벨과도 맞붙은 적이 있다”며 “이들 중 내가 가장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타자는 스캇이다. 201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스캇과 상대한 적이 있다. 연장 11회 무사만루였는데 스캇을 투수 땅볼로 잡았고, 그 다음 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극복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즐거워했다.
티포드는 연패에 빠진 팀의 상황을 묻자 “운이 너무 없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더블플레이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재능이 있다. 앞으로 많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즌은 길다. 야구에선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이 앞으로 LG의 1선발 에이스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두고 “내가 우리 팀의 첫 번째 선발투수로 뛴다면 정말 영광이다. 그러나 우리 팀 첫 번째 선발투수는 나 혼자가 아니다”면서 “코리 리오단과 류제국 모두 1선발급 투수다. 두 투수는 정말 막강한 구위를 지녔다. 무엇보다 나 혼자 잘해서는 의미가 없다. 투수들 모두가 다 잘해야 팀이 많이 승리한다”고 마운드에 오르는 LG 투수 전체가 활약해야 서로 빛을 낸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티포드는 오는 18일 대전 한화전에 등판하는 것에 대해 “직접 한화 타자들을 상대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비록 한화가 지난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고 문서상으로 약점이 있다고 해도 붙어봐야만 알 수 있다. 방심은 없다. 피에는 물론,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집중하겠다”면서 “한화전 목표는 6이닝 이상 던지는 것이다. 당장 투구수 100개 이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6이닝 이상 던져서 퀄리티스타트는 하고 싶다. 그리고 팀이 패하면 안 된다. 이겨야만 한다”고 최종 목표가 ‘팀 승리’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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