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혁 "힘들던 순간 떠올리면, 6일 밤샘도 거뜬"[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4.16 07: 00

드라마 '구가의 서'(MBC) 구월령을 시작으로, '상속자들'(SBS)의 김원, '응급남녀'(tvN) 오창민까지, 작품 속 캐릭터마다 변신을 거듭하며 3작품 연속 흥행을 이끌었다. 배우 최진혁의 이야기.
반짝 스타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 5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우승, 드라마 '일딴 뛰어'로 연예계 첫발을 내디뎌 활동했지만 이렇다할 대표작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7년여가 흐르다 지난해 '구가의 서'로 대중에게 최진혁이란 이름을 각인시켰고, 올해 '응급남녀'로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입증했다.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여실히 느끼고 있다는 최진혁은, 힘들었던 당시의 기억들이 현재 자신의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짧은 인터뷰 도중에도 수없이 되뇌였다.

-'응급남녀'가 끝났다. 지금 기분은 어떤가.
"요즘 하는 일들이 다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 촬영하느라 날을 샜던 날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마지막까지 별다른 사고없이 끝나 다행이다. 6일까지 날을 새봤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인지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오더라.(웃음) 현장의 카메라 감독님도 경력이 20년인데 이렇게 힘든 일정은 처음이라 하셨다."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적인 부분인가.
"그렇긴 하지만, 나름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촬영도중에 B형 인플루엔자가 스태프와 배우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나랑 (송)지효 누나도 걸렸는데, 사람들과 다같이 단체로 병원에서 링거를 꼽고 누워있기도 했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가고 머리가 어지럽더라. 진짜 링거투혼이다. 그때 촬영분을 보면 정말 얼굴이 폐인 같다. 6년전 캠퍼스 회상신이었는데, 아무리 보정을 많이 해도 얼굴이 너무 심각하더라.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6년전이 아니고 6년후 같다'고 했다. 대사들이 많아서, 힘들고 피곤한 상태에서 찍는데 어려움이 더 많았다. 드라마 첫 촬영이 좀 늦은 편이라 거의 시작부터 생방송 촬영한 느낌이다."
-출연작이 연달아 잘됐다. '구가의 서', '상속자들', 그리고 '응급남녀'까지.
"복이다. 오는 7월에 개봉하는 영화 '신의 한수'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촬영은 이미 끝냈다."
-지상파 드라마 후, 케이블 드라마 출연 결정이 어렵진 않았나.
"개인적으로 tvN 드라마는 지상파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상파-케이블로 영역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응급남녀'를 좋아해줬고, 체감 인기는 시청률보다 훨씬 더 높았다."
-케이블 드라마가 좋아진 건 맞다. '응급남녀' 후속작 '갑동이'도 분위기가 좋다. 특히 엠블랙 이준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맞다. 너무 잘하더라. 보고 있으니 (개봉을 앞둔) '신의 한수'가 더 기대됐다. 악역이란 타이틀을 처음 맡았는데, 머리를 넘기고, 슈트를 입어서 이태리 갱스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신선하 느낌일 듯 싶다. 더 비열하게 나올 캐릭터인데, 감독님과 얘기해서 젠틀한 이미지로 변화했다. 액션신도 많으니, 기대해달라."
-'응급남녀' 속에선 찌질과 젠틀을 오갔다. 어떤 연기가 스스로 더 자연스럽나.
"찌질이나 젠틀이나, 밝은 모습이 더 쉬웠다. 성격이랑 더 맞는 것 같다. 목소리가 저음인 건 밝은 캐릭터로 할 때 올렸다 내리는 것도 가능한데, 눈웃음이 있어서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할 때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다."
-송지효와 멜로는 어땠나.
"서로 밝은 캐릭터다. 싸우는 연기나 멜로신 모든 게 자연스럽고 좋았다."
-실제 연애상대로 극중 오진희(송지효 분)는 어떤가.
"별로다.(웃음) 억척스러운 캐릭터보다는, 여성스럽고 애교 있는 편이 좋다."
-3연속 작품 대박에, 이젠 '최진혁이 하면 무조건 잘 된다'는 얘기도 있다.
"운이 좋았다. 2013년부터 뭔가 잘 풀렸다. '구가의 서' 구월령이라는 캐릭터도 멋졌지만, 신우철 감독님이 너무 잘 뽑아주셨다. '구가의 서' 이후에 '상속자들'도 들어오고, 좋은 일들이 많았다."
-2006년 '서바이벌 스타오디션' 우승한 걸 따지면, 배우로선 뒤늦은 성공이다.
"(그 당시가) 많은 힘이 된다. 밤샘 촬영으로 체력이 고갈되고 정신이 멍해지다가도, '일이 없었던 때'를 떠올리며 정신을 다잡게 된다."
-당시 어땠나.
"드라마 '파스타'가 끝나고 1년은 닭가슴살만 먹으며 운동에 몰두했다. 촬영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겹쳤는데, 그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나 크게 후회가 됐다. 매일 반포에서 잠실까지 뛰었다. 미친 듯 운동하고, 혼자 음악을 들으면 정말 별생각을 다 했다. 그저께 한강을 오랜만에 나갔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다시 한 번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상황들에 감사하게 됐다."
-이젠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부려볼만 하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예전엔 정말 많았는데, 최근에 많이 해봤다. '구가의 서' 구월령 같은 캐릭터도 다시 해보고 싶고, 어두운 느낌의 건달 역할도 해보고 싶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응급남녀'는 최진혁 본인에게 어떤 작품이었나.
"희망을 준 작품이다. 물론 '구가의 서'가 컸지만, '응급남녀'로 인해 세 작품이 연달아 잘 되고 나니 확신 같은 게 생겼다. 건방진 그런 게 아니라, 캐릭터와 연기에 대한 확신이다. 스스로 단단해진 기분이다. 첫 주연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가다 보니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예전에 '내 딸 꽃님이'를 할 때 조민수 선배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주연 배우는 단역도 챙기고, 현장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다'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당시 그 말이 정말 딱 맞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을 현장에 있고, 스태프가 배우를 보고 힘을 내는 경우도 많다. 힘들 때면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파이팅을 외쳤다. '응급남녀'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안겨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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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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