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원영이 품격 있는 악역을 디테일 살린 연기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원영은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재신그룹 회장이자 세계를 주무르려는 야욕을 가진 인물 김도진 역을 맡아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그는 피규어 수집, 클래식 감상, 섬뜩한 존댓말 등의 디테일로 분위기를 배가하는 중이다.
극중 도진의 은밀한 취미는 피규어 수집. 도진은 피규어를 사람처럼, 사람을 피규어처럼 다루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을 장난감 다루듯 손에 쥐고 가지고 노는 인상을 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가지고 놀던 피규어의 팔을 잔인하게 부러뜨릴 땐 또 한 사람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하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도진은 누군가 목숨을 잃을 때마다 평온한 표정으로 음악을 튼다. 도진이 듣는 음악은 클래식. 살인 후 품위 있는 음악으로 안정을 찾는 모습은 이동휘(손현주 분)가 말한 '미친놈'이라는 의미를 짐작케 한다.
도진은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우아하고 격조 높은 어조로 그가 전하는 내용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모두 다 죽일 겁니다.", "누구를 가장 먼저 죽일까요?"라는 등의 건조한 대사는 보통의 악역과 거리를 두는 요소다.
이처럼 격이 다른 악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최원영은 전작인 '상속자들'에서는 젠틀한 싱글대디로 호감을 산 바 있다. 폭넓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브라운관에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중인 셈.
한편 '쓰리데이즈'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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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