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이성민, 男배우 중 베스트 3위 안"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4.16 17: 04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정호 감독, 10일 개봉)은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을 가장 깊숙히 몰입시키는 힘이다. 배우 정재영은 그 중심에서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로 분해 절절한 연기를 선보인다. 뜨겁지만 과장되지 않고, 꾸밈이 없어서 더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일본 미스터리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와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재영이 아버지 상현, 이성민이 형사 역관 역을 맡았다. 정재영은 이성민이 이 영화를 선택한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정재영은 "딸이 있었으면 (이 영화를)안 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정말 상현 같은 상황이였으면, 진짜 나와 비슷한 입장이었다면 마음이 찔리기도 하고 못 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가정이 파탄나는 이야기니까 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그는 아들만 둘인 아빠다.

첫 대본을 읽고 나서부터 마음이 끌렸다는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보단 문학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원작은 일부러 읽지 않았단다. 읽으면 상대적으로 시나리오와 비교하게 될 수 밖에 없으니까.
딸을 범하고 헤친 아이들에게 직접 피의 응징을 하는 그의 행보를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힘들고 아프다. 순간 순간 느껴지는 분노는 처참함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그는 영화 속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본인의 등장신이 아닌, 이성민이 출연하는 부분을 꼽았다. "이성민이 걸어가는 신, 그 뒷모습이 예술이더라."
정재영과 이성민은 묘하게 닮았다. 막상 이들이 영화 속에서 만나는 장면은 4곳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쫓고 쫓기는 에너지가 영화의 큰 관전 포인트다. "성민이 형과는 여러 면에서 비슷해요.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시각, 연기에 대한 생각들이요. 특별히 얘기를 안 해도 통하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편하고요. 상대의 연기에 대해 한 번도 이러쿵저러쿵 애기한 적이 없어요. 각자 생각한대로 연기하면 알아서 상대방이 받아주고요."
유독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춰 온 그에게 지금껏 함께 연기한 배우 중 이성민은 몇 번째 정도의 순위냐는 돌발 질문을 하자 고민없이 "베스트 3위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크로스(Cross) 캐스팅'도 가능했다. 실제로 이들이 상현과 억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연기해도 충분히 그림이 그려진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감독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재영은 "시나리오에서부터 억관이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나한테 들어온 게(역할이) 아니라서 욕심은 안 냈다. 상현은 대사도 없고 일면 답답하고. 하하. 방황하는 칼날에서 '방황'은 전체적으로 억관이다"라며 영화 속 억관, 이성민이 역할이 정말 중요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애매한 잣대. 영화 속 경찰서에서 가해자의 부모가 오열하며 던지는 말은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을 뭘까. 10대 청소년 범죄도 문제이지만, 어른들, 아이들의 부모들은 사건이 남 일이 아닌 자기 가족의 일이 됐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화제를 돌려, 요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유행처럼 번진 '사투리 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역시 작품들에서 사투리를 자주 구사해 온 정재영은 이번 작품에서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그는 "사투리를 잘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배우로서 가진 큰 무기"라고 말했다.
"그럼 본인의 무기는 무엇이냐"고 이어 질문했다. 이어진 잠깐 동안의 침묵. 곰곰히 생각한 그가 내놓은 대답은  "정말 없다"였다. 편안한 듯 훈남 이미지가 아니냐고 말하자 손사래쳤다.
"어휴, 훈남은 무슨. 대충 평범하게 생겼죠. 물론 못 생긴건 아닐 수 있지만. 정말 제 무기가 뭘까요. 특별하게 떠올려지는 이미지도 없고, 키가 크거나 작거나 그렇다고 웃기거나 무서운 것도 아니고. 정말 특별한 장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무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겸손이 아니라 솔직하게 배우로서의 강점을 생각해보면 작아져요. 진심으로요."
스스로는 특별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설명. 하지만 그가 주는 연기에 대한 신뢰감과 특유의 친근함은 4월 비수기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를 살린, 그 만의 무기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매번 다른 장르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한 거를 또 하면 재미가 떨어지잖아요. 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남자를 만나고 헤어졌는데, 저번에 만난 비슷한 남자를 못 만나는 거예요. 이왕 하는 거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또 어떤 역을 하게 될 지 부담되지만 기대되요. 설레기도 하고. 연기는 갈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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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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