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원짜리 계륵’ 성남, 제파로프 매듭을 어찌 풀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4.17 13: 47

연봉 11억 원이 넘는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성남 FC의 외국선수 제파로프(32, 성남) 이야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7일 오전 K리그 클래식 연봉현황을 공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외국선수 중 FC 서울의 몰리나가 연봉 13억 2400만 원을 받아 K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로 드러났다. 이어 전북의 레오나르도가 11억 8500만 원을 받았다. 전체 3위는 11억 1600만 원을 받는 성남의 외국선수 제파로프가 차지했다.
제파로프는 국내선수 연봉킹에 오른 이동국보다 200만 원을 더 받았다. 또 10억 7000만 원의 김신욱보다 4600만 원이 높았다. 하지만 제파로프의 공헌도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제파로프는 올 시즌 성남의 8경기 중 단 2경기에 나서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공격 포인트는커녕 동료들과 제대로 된 호흡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제파로프의 스타일이 박종환 감독이 추구하는 ‘파도축구’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지난 13일 성남에서 치른 상주 상무와의 8라운드에서 제파로프를 선수명단에 넣지 않았다. 0-0으로 맞서며 한 골이 절실한 성남이었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제파로프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상주와 비긴 뒤 박종환 감독은 “우리는 대체할 선수가 없다. 그나마 김동섭과 바우지비아다. 나머지 자리에는 한 사람도 대체할 수 없다. 선수들이 지쳤는 줄 알면서 바꿔줄 수 없었다. 미드필더가 전혀 없어 애로점이 많다. 성남 멤버가 이 정도인줄 누가 알았겠나. 교체 한 번 하기도 참 힘들다”며 선수부족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제파로프는 왜 쓰지 않는 것일까.
박 감독은 “제파로프는 자기중심적으로 뛰어야 만족하는 선수다. 우리는 한발자국 더 뛰는 선수가 필요하지 서서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 (제파로프가) 바우지비아처럼 하면 100% 뛰게 한다. 제파로프는 역습할 때 볼을 잡아서 혼자 한다. 활동량이 전혀 없다. 제파로프를 공격형(미드필더)에 넣으면 센터포워드가 죽는다”고 평가했다. 결국 제파로프는 몸 상태가 좋아도 조직력문제로 뛸 수 없다는 말이다. 축구철학이 확고한 박종환 감독이 자신의 고집을 꺾을 리도 만무하다.
제파로프는 K리그에서 몇 안 되는 훌륭한 플레이메이커다. 이런 선수가 하루아침에 본인의 스타일을 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제파로프를 이적시키거나 임대로 보내자니 그의 높은 몸값과 많은 나이가 걸린다. 성남은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나며 재정이 빠듯해졌다. 그런 성남이 쓰지도 않는 고액연봉 전체 3위 선수를 데리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그야말로 제파로프는 '계륵'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제파로프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파도축구’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될까. 성남은 제파로프 매듭을 어떻게 풀지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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