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상대 에이스이자 다저스 킬러 중 하나였던 매디슨 범가너(25, 샌프란시스코)를 무너뜨렸다. 류현진(27, LA 다저스)과 하위 타선 집중력의 합작품이었다.
다저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선발 류현진의 7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경기 초반 착실하게 뽑은 점수를 잘 지키며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 원정 싹쓸이 수모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2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다저스는 이날 경기까지 놓칠 경우 지구 최대 라이벌의 안방에서 싹쓸이 수모를 당할 판이었다. 여기에 상대 선발은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이자 다저스에게 유난히 강했던 범가너였다. 하지만 다저스에는 최후의 보루로 나선 류현진이 있었다. 지난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기지 못한 범가너를 압도하는 투구 내용으로 악연을 끊었다.

지난 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고 8실점(6자책점)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류현진은 이날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있었다. 당시 류현진은 전반적으로 제구가 높았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노림수에 당하며 무너졌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초구부터 직구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볼 카운트 싸움을 주도해나갔고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이며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게다가 완벽한 제구였다. 3회 펜스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높게 떨어져 내야안타를 맞은 것을 빼고는 사실상 실투가 거의 없는 경기였다. 이는 류현진이 단 3개의 삼진을 잡아내고도 호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수비수들도 어려운 타구 몇 개를 걷어내며 류현진을 도왔다. 역시 5일 경기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다저스 타선도 제한된 기회를 잘 살렸다. 집중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범가너를 공략했다. 선발 류현진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는 사이 시나브로 범가너의 투구수를 늘려갔고 결국 범가너는 기대했던 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0-0으로 맞선 2회 범가너는 무려 28개의 공을 던졌다. 하위타선의 공이었다. 반 슬라이크가 2사 후 9구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파울만 5개를 쳤다. 비교적 잘 던지던 범가너가 갑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이후 유리베가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2사 1,2루 기회를 잡은 다저스는 페더로위츠가 범가너의 높은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4회에도 하위타선은 범가너를 괴롭혔다. 비록 점수를 뽑지는 못했지만 투구수를 불렸다. 역시 1사 후 반 슬라이크가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익수 옆 라인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했다. 유리베는 고의사구로 나갔고 페더로위츠도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 범가너로 하여금 1사 만루에 류현진을 상대하게끔 강요했다. 류현진과 고든이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범가너의 투구수는 4회까지만 90개가 된 상황이었다.
결국 범가너는 0-1로 뒤진 5회 터너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곤살레스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이날 두 번째 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이미 100개를 넘긴 상황이라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교체됐다. 범가너를 빨리 몰아낸 것은 다저스 경기 운영에 큰 득으로 작용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어깨도 가볍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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