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그렇게 했다".
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가 자신의 기행에 대해 해명했다. 피에는 18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벌어진 외야 수비 중 마운드행 사건을 설명했다. 이날 피에는 4회 무사 1·2루에서 중견수로 수비를 보던 중 내야를 넘어 마운드로 향하다 스피드업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피에는 "외야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데 클레이가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 아픈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며 "급한 마음에 마운드 근처까지 갔다. 어느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 투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피에 역시 답답한 마음에 마운드까지 향하게 된 것이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내야수들끼리 마운드에 모이는데 이곳에서 그런 룰이 없는 줄 몰랐다. 2루수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랬다"며 "나쁜 의도는 없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다"고 덧붙였다. 정근우도 "피에가 무슨 말을 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라며 "야구하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아울러 피에는 이날 좌익수 고동진과 해프닝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날 4회 이범호의 좌중간 타구에 좌익수 고동진이 콜플레이를 했지만 곁으로 따라온 피에와 사인이 맞지 않았다. 고동진이 멈칫 하는 사이 피에가 글러브를 내밀어 뚝 떨어지는 타구를 간신히 건졌다.
피에는 "난 백업을 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고동진이 이미 콜플레이를 한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콜을 하면 백업을 가지 않는데 그런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며 "내 잘못도 있었다. 고동진과 이야기를 통해 풀었다. 주장을 흘겨본 것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다. 승부욕에 강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에는 자신의 불같은 승부욕에 대해서도 "그게 바로 나"라며 "경기장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릴 적부터 승부욕이 강했다.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앞으로도 승부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KIA전 끝내기 패배 후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멍하니 걸어가기도 한 피에는 "경기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지만 다음 경기를 위해 샤워를 하며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피에가 왕이고, 임금 아닌가. 혼자 다 하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야구를 잘 하고 있으니 주의를 줄 수도 없다"고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피에가 잘 하고 있다지만 타격에서 수싸움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분석을 해오고 있는 만큼 생각하는 타격이 필요하다. 시범경기 때 잠깐 잘한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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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