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벤슨, “한국대표팀? 너무 늦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4.19 11: 38

남자농구 대표팀의 외국선수 귀화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상범 남자농구대표팀 코치는 약 2주간 미국 일대를 돌며 귀화선수 영입을 타진한 뒤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 코치는 현재 NBA에서 뛰고 있는 몇몇 선수를 비롯해 한국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에게 접촉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달 안에 한국국적을 취득해 비시즌 동안 세계선수권과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야 한다는 설명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선수가 승낙한다고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NBA소속 선수의 경우 FIBA주관 대회에 나가려면 NBA가 정한 훈련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산악훈련을 금지하는 등 여간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다. NBA선수가 아니더라도 비시즌 부상위험이 있는 갑작스런 대회출전을 소속팀에서 허용해줄 리가 없다. 선수가 소속된 에이전트도 반대다. 선수 본인도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한국국적을 속성으로 취득하는 과정이 달갑지 않다.

결국 차선책으로 KBL 외국선수를 귀화시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끼리 출전하는 것보다야 KBL 외국선수라도 데리고 있는 것이 다소 유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 또 그들은 한국과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컨트롤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급여도 적은 돈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팀의 문제는 낮은 높이다. 하승진(221cm)을 제외하면 208cm 이상 장신선수가 없는 한국에서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센터는 농구에서 기둥이 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골밑에서 밀리면 경기를 해보나마나한 것이 사실. 특히 한국의 라이벌인 중국, 필리핀, 이란은 모두 210cm가 넘는 장신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코트니 심스(SK, 206cm), 로드 벤슨(모비스, 208cm)이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 아니면 높이를 포기하고 대표팀에 부족한 득점력을 보강하기 위해 데이본 제퍼슨(LG, 198cm)이나 애런 헤인즈(SK, 200cm)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수 본인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단계다.
기자는 지난 10일 모비스가 2연패에 성공했을 때 라커룸에서 벤슨과 귀화문제를 이야기했다. 당시 벤슨은 한국대표팀 합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라며 고사했다. 이어 “하지만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며 막연하게 여지를 남겼다. 현재 벤슨은 고향인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뛴 벤슨이지만 꼭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벤슨은 “솔직히 다른 팀에서 더 많은 돈을 제시한다면 (모비스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나중에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래 뛰었다는 이유로 외국선수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선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갑작스런 한국귀화에 선뜻 대답해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한 차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가 최종멤버에서 탈락했던 문태영은 “대표팀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선수들이 나름대로 비시즌 계획을 다 세워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의 휘하에 있는 선수들도 사정이 이렇다. 타 팀 선수의 경우 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여자대표팀의 경우 귀화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16일 사무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앰버 해리스의 귀화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세부조율이 남았지만 해리스 귀화문제는 24일 이사회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미 기간 안에 귀화를 추진하기에 늦었다. 이에 WKBL은 대한농구협회와 함께 해리스의 특별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의 심의가 통과되면 법무부 심사를 통해 귀화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반면 남자대표팀은 아직 최종후보 선정도 하지 못했다. 외국선수가 귀화해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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