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미국 NBC에서 37년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미디 버라이어티쇼가 국내에 상륙, 배우 김주혁을 호스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는 다섯번째의 시즌을 거듭하며 tvN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톡톡히 자리매김한, 'SNL코리아'의 이야기다.
영화감독 장진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직책으로 'SNL코리아'를 진두지휘했고, 배우 강성진을 비롯해 개그맨 정성호 등 이름이 알려진 크루들이 콩트 코미디의 부활을 이끌었다. 숨은 보석도 발굴됐다. 장진에 의해 발탁된 김슬기는 귀여운 외모, 특유의 발성, 걸출한 입담으로 단박에 이목을 집중케 했고 'SNL코리아'와 함께 성장했다.
생방송 콩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요소가 뒤따르기 때문에, 지상파조차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그걸 'SNL코리아'가 이뤄내며, 케이블과 지상파를 통틀어 대체불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아냈던 '여의도 텔레토비'나 시즌2 양동근 편을 시작으로 19세 상향조정된 관람등급 등은 'SNL코리아'의 존재가치를 분명하게 했다. 'SNL코리아'는 시즌을 거듭하며 진화했다.

위기도 있었다. 시즌3에서 장진이 하차하고 뒤이어 시즌4에선 '김슬기가 프로그램을 나갔다. 강용석, 서경석, 이윤석 최일구 전 앵커 등이 공석이 된 '위켄드 업데이트'를 위해 얼굴을 내비쳤으나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앞서 호스트로 출연했던 신동엽의 고정크루 합류로 'SNL코리아'의 기분좋은 변화는 시작됐다. '뼈그맨' 유세윤과 '감성변태' 유희열의 크루 합세는 여기에 힘을 보탰다. 다만, 모기업을 기반으로 한 CJ E&M의 태생적인 한계점으로 인해 정치·사회 풍자가 녹록지 않게 됐고, 그렇다보니 지나치게 19금 콘텐츠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마니아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금의 'SNL코리아'는 익숙함은 남았지만, 강렬한 한방이 실종됐다. 올해 시즌5로 접어들면서 19금 체제를 놓고 15금으로 선회, 지상파·종편이 접근 가능한 콘텐츠로 거듭났다. 익숙함이 짙어지고, 신선한 자극은 옅어졌다. '제2의 김슬기'로 꼽을만한 새로운 크루 발굴도 지지부진하다.
'SNL코리아'는 국내에선 접근 불가할 거라 생각했던 영역에 발을 내디뎠던 의미가 남다른 프로. 'GTA' 시리즈를 비롯해, 인기 드라마 패러디, 유희열을 앞세운 토크쇼 '피플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다.
'SNL코리아' 제작진과 크루가 늘어난 시즌과 충분히 확보된 고정 시청층에 안착하지 말고, 2년여전 처음으로 라이브 콩트를 선보여 안방극장 시청자에게 안겼던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다시 한 번 실현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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