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회심의 문선재 포수 카드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LG는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와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8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8회까지 2-7로 뒤진 경기를 9회 대거 5점을 올려 7-7 동점을 만들었으나 연장 10회말 고비를 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9회말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온 내야수 문선재였다. LG는 7회초 선발 포수 윤요섭이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대주자 박용근으로 교체됐다. 7회말 수비부터는 백업 포수 최경철이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그런데 9회초부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LG는 9회초 무사 1루 최경철 타석에서 임재철을 대타로 썼다. 2-7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최경철을 빼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LG는 놀라운 뒷심으로 9회에만 대거 5득점을 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엔트리에 있는 포수 2명 윤요섭과 최경철을 모두 소모한 상황. 누군가 포수 마스크를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2루수 문선재에게 SOS를 쳤다. 문선재는 지난해 6월2일 광주 KIA전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포수로 나와 팀 승리를 견인한 바 있었다.
우려보다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 피어올랐고, 문선재는 깜짝 도루 저지로 기대에 부응했다. 한화는 9회말 2사 후 이희근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김경언이 대주자로 들어왔다. 포수 경험이 거의 없는 문선재를 노려 득점권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김경언은 이용규 타석에서 초구부터 2루로 뛰었다. 이용규는 의도된 헛스윙으로 문선재의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문선재는 공을 받자마자 간결한 팔 스윙과 재빠른 스텝으로 정확하게 2루로 송구했다. LG 2루수 김용의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들어가는 송구로 김경언을 자동 태그아웃시켰다. 문선재의 생애 첫 도루 저지. 한화의 야심찬 대주자 카드가 허무하게 날아갔고, 문선재는 두 팔을 번쩍 들고 포효했다. LG 덕아웃도 문선재의 깜짝 도루 저지에 환호와 탄성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두 번은 통하지 않았다. 연장 10회말 한화는 선두타자 이용규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고동진 타석에서 역시 초구부터 2루로 뛰었다. 김경언과 달리 이용규의 발은 확실히 빨랐고, 문선재가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앉은 자세 그대로 머문 채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무사 2루 위기를 맞은 이동현은 결국 고동진에게 끝내기 우전 안타를 맞았다.
비록 LG는 시즌 4번째 연장패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포수' 문선재의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이날처럼 포수 2명을 모두 썼을 경우 문선재에게 믿고 맡길 수 있게 됐다. 경기가 접전으로 흐르면 야수 운용에 있어 선택지가 하나 더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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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