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의 해결책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정신력 만큼은 체력 저하를 이길 수 있었다. 결국 높은 집중력을 선보인 전북 현대가 체력 저하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완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19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경기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기록한 전북은 5승 2무 2패(승점 17)를 기록해 1경기를 덜 치른 포항 스틸러스(승점 16)를 제치고 1위가 됐다. 또한 전남을 상대로 6경기 연속 무패(3승 3무)를 기록했다.
최강희 감독은 전남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단순히 전남전 한 경기만이 아닌 불과 3일 뒤에 열리는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멜버른에 패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하지만 K리그 클래식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었지만 선두권과 승점 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시즌 후반 우승 경쟁에서 독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고민을 한 최강희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전남 원정에 참여시켰다.
최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교체할까 고민도 했다. 1.5군을 기용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K리그 클래식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멜버른전이 저녁 늦은 8시에 열리는 만큼 회복 시간은 어느 정도 있다"며 "멜버른전까지의 흐름과 선수단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전 경기를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피로 회복과 사기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전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바로 선수들의 집중력. 전북은 직전 경기였던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원정경기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집중력 부족으로 연속골을 내줘 역전패를 당했다. 최 감독은 "결국 체력이 힘들 때는 정신력밖에 없다. 정신력으로 극복을 해야만 한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되지 않게 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서 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선수들과 미팅에서 집중력을 높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의 경기 전 설명은 경기서 그대로 나타났다. 쉬지도 않고 계속 경기서 뛰고 있는 김기희와 윌킨슨 중앙 수비 콤비는 전남의 공세를 잘 견뎌내며 전북의 골문을 잠궜다. 특히 요코하마전에서 집중력 저하로 실수를 저질렀던 김기희는 이날은 높은 집중력을 바탕으로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체력이 바닥 났을 후반 38분에도 높은 집중력을 선보였다. 상대 진영으로 정확하고 긴 패스를 시도해 문전으로 쇄도하는 한교원을 놓치지 않은 것. 한교원도 김기희 만큼 높은 집중력으로 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골키퍼 김병지의 저지를 뚫고 골로 연결했다.
적장 하석주 전남 감독조차 전북의 높은 집중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감독은 "생각보다 전북이 공격적으로 나왔다. 게다가 정신적인 측면에서 잘한 것 같다. 요코하마에 패배한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남을 완파했지만 아직 전북의 경기는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당장 가장 중요한 멜버른과 홈경기가 남았다. 최강희 감독이 전남전을 준비하면서도 강조했던 멜버른전이다. 순간의 방심이 16강행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남전보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전북의 주장 이동국은 "비겨도 16강행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열리는 경기가 더 힘들다. 무승부를 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북으로서는 만약 멜버른전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지난 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홈경기서 한 명이 퇴장 당했음에도 이겼던 때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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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