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징크스 탈출’ 류제국, 진짜 에이스 필수 조건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20 06: 10

많은 선발투수들이 1회를 가장 힘들어한다. 선발투수 특성상 시작부터 전력투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리듬이 잡히지 않은 상태서 정교한 제구력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퀄리티스타트를 목표로 삼는 선발투수에게 있어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평생 안고 가야할 과제다.
LG 선발투수 류제국에게도 1회는 골칫거리다. 류제국은 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24번의 선발 등판서 1회 피안타율 2할8푼4리, 투구수 459개를 기록 중이다. 1회부터 6회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가장 높은 피안타율·가장 많은 투구수를 1회에 기록하고 있다. 2014시즌에는 1회 피안타율 5할2푼, 1회 투구수 104개로 징크스가 더 심해졌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도 1회가 문제였다. 류제국은 첫 타자 이용규부터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2번 타자 고동진에게도 볼넷을 범해 순식간에 득점권에 주자를 허용했다. 결국 류제국은 김태균에게 좌전적시타, 송광민과 피에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아 3점을 내줬다. 2회부터는 페이스를 찾아 6회까지 4이닝을 삼자범퇴로 장식한 것을 돌아보면, 류제국에게 1회 징크스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류제국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류제국은 “1회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이런 저런 준비를 다해봤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투구수를 많게 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적게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확실한 정답을 찾지 못했다. 분명히 1회부터 좋으면 5, 6회까지 쭉 이어진다. 그런데 1회에 힘들면 위기가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결국 정답은 자신의 확실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100%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볼넷만은 피해야한다. 류제국은 총 24번의 선발 등판서 1회에만 볼넷 13개를 기록, 총 볼넷 58개 중 약 22%를 1회에 기록했다. 구위가 최고는 아니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져야한다.   
류제국은 2014시즌 목표로 ‘이닝이팅’을 내걸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5⅔이닝을 소화했던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자신이 등판했을 때 불펜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려고 했다. 시범경기서 일부러 패스트볼 위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적극적으로 타자들에게 승부를 걸어 내야땅볼을 유도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류제국의 변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1회 제구력이 잡히지 않은 상태서 패스트볼 위주로 던졌다가 집중타를 맞았다. 류제국은 시범경기 결과가 좋지 않자 “지난해와 같은 스타일로 돌아가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1회 팔이 잘 나오지 않은 상태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거니 결과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LG에 있어 류제국은 승리의 상징이다. 지난해 LG는 류제국이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승리를 쌓았고,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올라갔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10년 동안 LG를 무겁게 눌렀던 ‘패배’란 두 글자가 류제국이 합류하면서 사라졌다. 2013시즌 12승 2패, 승률 85.7%를 기록한 류제국은 ‘필승카드’였다.
물론 류제국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가장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류제국은 승부를 할 줄 아는 투수다. 정교한 커브와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다양한 방법으로 타자를 잡을 줄 안다. LG 김기태 감독이 류제국에게 ‘에이스’칭호를 붙이는 것도 류제국이 타자를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제국은 4번의 선발 등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 중이다. 경기 내용은 기록보다 더 나빴으나, 어쨌든 연승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2013년 8월 13일 군산 KIA전부터 8연승을 달리고 있는 류제국이 진짜 에이스로 올라서려면 1회 징크스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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