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이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방송 시간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가 60분이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주말 예능프로그램이 90분에서 100분까지 방송되는 기현상이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예능 피로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현재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예능프로그램은 짧게는 90분, 길게는 100분까지 방송되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보다 먼저 방송을 시작해 나중에 끝내겠다는 지상파 3사의 눈치싸움이 예능프로그램 하나가 1시간 30분 이상 방송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심지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오후 5시에 전파를 타던 일요일 오후 예능프로그램들은 오후 4시 20분으로 앞당겨졌다. 세월호 참사로 결방이 되긴 했지만 MBC ‘일밤’은 당초 20일에 오후 4시 20분 방송을 시작하려고 했다. 시간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가 확 떨어진 것은 당연지사.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동반 하락에 방송 시간이 늘어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 시간이 늘어나면서 억지로 끼워맞추는 내용이 많다”면서 “방송 시간이 늘어나면 제작진의 제작 여건이 악화되고,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PD는 “당장 한주 방송을 만드는 것도 벅차다보니 멀리 내다보고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답답해 했다.
방송 시간대가 늘어나고 프로그램의 제작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시청률도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방송사의 오판 때문이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확대해서 주 수익원인 광고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 방송법에 따라 방송 시간이 길면 길수록 광고 시간도 늘어난다.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편성국과 광고국이 합심해서 방송 시간을 길게 하고 있으니 일선 제작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서 “2010년까지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이 2~3개의 코너로 총 방송시간이 100분이었는데 요즘은 2개의 코너가 각각 100분 방송을 할 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당장의 광고 수익을 올리겠다는 방송사의 경영 논리로 피해는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지루하게 방송을 이어가다보니 프로그램의 재미와 집중도가 떨어지는 중이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시청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출혈 경쟁은 제살 깎아 먹는 경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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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