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타디움=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LA 다저스 선발 댄 해런이 메이저리그 12년차의 관록을 톡톡이 보여줬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 출장한 해런은 팀 동료의 수비 실책으로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선발 투수의 미덕 중 하나인 투구수를 잘 조절해, 올 시즌 다저스 선발 투수 중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8회 1사 1루에서 브라이언 윌슨에게 마운드를 물려줄 때까지 7.1이닝 동안 7피안타 사구 1개로 5실점(2자책점)하고 삼진 5개를 잡아냈다.
2회까지 6명의 타자를 삼진 3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잘 처리한 해런은 3회 급격히 흔들리며 4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 타자 마크 트럼보의 안타에 이어진 1사 2루에서 타석에 나온 상대 투수 마이크 볼싱어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것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볼싱어의 메이저리그 1호 안타와 함께 1사 1,3루의 위기로 몰렸다.

결정적 장면은 여기에서 나왔다. 다음 타자 제라르도 파라가 친 땅볼을 잡은 다저스 2루수 디 고든이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에게 연결, 병살플레이를 시도하려는 순간, 라미레스가 볼을 놓쳐버렸다. 송구가 나쁘지 않았으나 병살플레이를 의식한 라미레스가 너무 일찍 글러브를 벌린 것으로 보였다. 이 사이 3루주자 트럼보가 홈에 들어오며 균형이 깨졌다.
마음이 상한 듯 해런은 1사 1,2루에서 등장한 애런 힐을 맞혔고 이어 2개의 안타가 더해지며 3점을 추가로 허용했다. 스코어가 0-4로 벌어지며 초반 분위기가 애리조나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경기는 해런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4회 터진 앙드레 이디어의 우월 3점 홈런으로 3-4 한 점차로 추격한 5회, 이번에는 애리조나의 결정적 실책이 나왔다. 다저스가 연속 3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핸리 라미레스가 친 땅볼은 평범하게 3루수 앞으로 바운드 됐다. 동점은 주더라도 역시 병살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애리조나 3루수 마틴 프라도가 이 볼을 잡았다 놓지고 말았다. 역시 지나치게 병살플레이를 의식해서였을까. 한 점을 내줘 동점인 채 그대로 무사만루가 이어졌고 여기부터 다저스의 적시 안타 2개가 이어지며 4점을 추가, 스코어는 순식간에 8-4로 다저스가 앞서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되자 해런은 특유의 제구를 앞세워 애리조나 타선을 요리해 나갔다. 3회 실점 후에도 6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1실점으로 막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8회 구원투수 윌슨이 애런 힐을 홈인시켜서 해런의 자책점이 됨) 8회 1사 1루에서 교체될 때까지 투구수는 100개. 스트라이크가 69개였다.
해런은 전날까지 3경기에 등판, 17.2이닝을 던지는 동안 5실점(4자책점, 평균자책점2.04)하며 2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20일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200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세 번째로 3승 무패이상의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해 9월 12일 이후 이어오던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도 8경기로 이어갔다.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은 2.16이 됐다.nangap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