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다저스타디움 LA(미국 캘리포니아주)=박승현 특파원] 90마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44.85km가 나온다. 잘 봐주면 145km다. 한국에서도 ‘기교파’소리 듣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에 들려면 이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구속이다.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시즌 7차전을 펼친 20일(이하 한국시간)다저스타디움에서는 최고 구속 145km(90마일)에 미치지 못하는 투수 둘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다저스의 우완 댄 해런과 이날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마이크 볼싱어다.

해런이야 잘 알려진 대로 포심 최고 구속이 90마일을 찍는 일이 없는 투수다. 볼싱어 역시 그랬다. 3회 칼 크로포드가 파울볼을 만들었을 때 기록한 90마일이 이날 최고 구속이었다. (파울 볼이 아니었으면 90마일이 되었을까)그냥 포수의 미트로 갔을 때는 89마일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기교파(FINESS)에 속하는 셈이다.
구질은 약간 달랐다. 해런은 포심, 투심외에 스플리터(85마일, 이하 전후), 커터(85마일) 너클커브(75마일) 등을 던졌고 볼싱어는 포심외에 커터(88마일), 슬라이더(86마일), 커브(80마일)등을 던졌다. 커터와 슬라이더의 속도가 포심 속도를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셈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해런은 7⅓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볼싱어는 선발 투수의 임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5회 무사 만루에서 물러났다.(4이닝 7실점)
둘은 비슷한 일을 당했다. 3회 해런이 4실점(1자책점)할 때 결정적 빌미는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의 실책이었고 볼싱어 역시 5회 3루수 마틴 프라도의 실책으로 4-4 동점이 된 뒤 무사 만루상태서 강판됐다.
해런은 먼저 4점을 줬지만 이후 추가 실점 없이 자신의 투구 이닝을 8회 1사까지로 늘렸다.(1사 1루서 내려간 뒤 브라이언 윌슨이 해런의 책임주자 득점 허용) 순간 흔들렸어도 다시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셈이다.
또 하나가 실투였다. 볼싱어는 4회 1사 1,2루에서 안드레 이디어를 상대했다. 먼저 파울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 하나를 잡고 한복판에 87마일 커터를 던지다 3점 홈런을 얻어 맞았다. 굳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고 무조건 낮은 볼을 던져 땅볼을 유도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로 시즌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게 된 해런이 보여주듯 90마일에 미치지 못해도 선발 투수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좋은 커맨드와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냉철한 마음 가짐이다. 해런과 볼싱어의 차이는 2003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던졌냐 아니면 오늘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선 첫 날이냐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볼싱어는 15일 뉴욕 메츠와 홈경기 5회 구원등판, 3이닝을 던지면서 6피안타(2볼넷)2실점의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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