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엿새째.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이 멈췄다. 전국의 크고 작은 행사가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됐고, 정점을 향해 가던 6·4 지방선거전도 중단됐다.
국민적인 관심에 방송사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뉴스 특보 체제에 돌입했지만, 지상파 3사 모두 속보 경쟁에 매달리느라 크로스체킹이 불가한 상태. 그 결과 부적절한 인터뷰와 오보가 난무했고, 방송사 윤리강령에서 지정한 ‘품위 있는 방송’은 준수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 MBC, 사고 직후 보험료 보도로 빈축

지난 16일 MBC는 사고 직후 보험료를 보도해 빈축을 샀다. 실종자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긴박한 상황에서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 '"2달 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추후 보상 계획은?' 꼭지를 통해 "먼저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 5천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것.
또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도 단체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상해사망 1억원, 상해치료비 5백만원, 통원치료비 15만원, 휴대폰 분실 20만원 등을 보상한다"고 덧붙이며 피해자 및 희생자가 받을 보험료 액수를 보도해 빈축을 샀다.
특히 이 같은 보도는 수온에 따른 생존가능성, 48시간 후 수온 변화 등을 예측해 보도한 미국 CNN 방송과 대조를 이루며 짧은 기간에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퍼진 천민 자본주의와 물신주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씁쓸함을 남겼다.
# KBS, 자극적 표현의 오보로 뭇매
지난 18일 KBS 1TV 뉴스특보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오보로 인해 시청자들에게서 뭇매를 맞았다.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소식을 전하던 KBS 1TV 뉴스특보에서 구조 당국의 말을 인용 보도하며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
1분 20초간 방송된 이 속보는 추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특보 직후 해경은 민간다이버 2명이 입수해 세월호 2층 화물칸 출입을 개방, 선내 안쪽으로 진입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 이에 KBS는 앵커를 통해 “시신은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라고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 같은 KBS(한국방송공사)의 오보는 치명적이었다. 국가방송인 KBS는 자연재해대책법상의 재해 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규정한 재난 등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난 주관방송사가 되는 만큼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
아울러 KBS는 당사가 준용하고 있는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즉 비상사태에서는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재해․재난보도 지침’에서는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대해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스스로 위반하며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 SBS, 기자들 때아닌 웃음으로 논란
SBS는 사고 당일(16일) 혼자 구조된 6살 아이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가 황급히 삭제한 바 있다. '생생영상'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서 구조된 6세 어린이 "혼자 나왔어요" 눈물’이란 꼭지로 6세 어린이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가 부정적인 여론에 급히 삭제한 것.
여기에 지난 20일에는 '뉴스특보-여객선 세월호 침몰' 방송 중 기자들의 웃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이에 SBS는 이날 오후 뉴스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승선자 가족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는 사과글을 게재했고, 논란이 된 해당 기자는 저녁 메인 뉴스에서 모습을 감췄다.
SBS는 "오늘 오전 10시 17분경 SBS 뉴스특보 해난 구조 전문가 출연 장면에서, 특보의 배경 화면으로 동거차도에서 생방송 준비를 하던 기자의 웃는 모습이 4초간 방송됐습니다. 해당 기자는 생방송 이후 다음 방송을 준비하는 동안 동료 기자와 잠시 사담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고, 현장 화면을 송출하던 방송 담당자의 실수로 방송 대기 중인 기자들의 모습이 잘못 방송됐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또한 "비록 기술적 실수였다고는 하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비통한 가운데 부적절한 장면이 방송돼서 세월호 승선자 가족과 시청자 여러분께 아픔을 드렸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고 게재으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결국 이 같은 속보 전쟁은 오보와 부적절한 보도를 양산했고, 언론은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탑승자 수, 선체 내부 진입에 대한 성공과 실패 보도 등이 번복되면서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 사고 현장을 발 빠르게 보도하는 것이 기자들의 숙명이나, 재난 보도는 속도를 측정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한 진중하고 신중한, 그리고 정확한 보도가 요구되는 때이다.
한편 탑승자 표시 순서가 담긴 숫자 자막과 방송사마다 다른 노출 빈도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었다. 지난 20일 뉴스특보에서 MBC는 사망-실종-구조 순으로 방송 내내 숫자 자막을 노출했지만, SBS는 구조-실종-사망 순으로 보도하되 지속적인 노출을 피했다. 기자 리포트에는 종종 숫자 자막이 삽입되었지만, 앵커 발언에는 노출을 숨긴 것.
반면 사망-실종-구조 순으로 숫자 자막을 노출했던 KBS는 방송 내내 숫자 자막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는 실종자 수가 사망자 수로 옮겨질 때마다 느끼는 국민들의 우울감, 슬픔에 휩싸인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며 눈길을 끌었다.
minhee@osen.co.kr
MBC, SBS, KBS 뉴스특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