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힘을 다 발휘해보고 안 되면 차라리 깨끗하게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진 힘도 다 발휘해보지 못한다면 ‘가정법’이 자꾸 머릿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요 몇 년간 KIA의 상황이 딱 그렇다. 올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전력이 약화됐다고 평가받는 KIA는 올해 첫 19경기에서 8승11패(.421)로 6위를 기록 중이다. 쉽지 않은 레이스다. 더 큰 문제는 부상자 속출이다. 최근 몇 년간 부상자 악재로 고전했던 KIA가 올해도 건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어김없이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전력 구상이 꼬여가는 벤치로서는 답답한 심정이다.
전지훈련 때부터 부상자가 속출했던 KIA다. 불펜에서 한 몫을 하리라 기대했던 곽정철 유동훈 박지훈이라는 세 투수가 부상으로 빠졌다. 가뜩이나 약한 불펜 전력이 더 약해졌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김진우라는 선발 로테이션의 핵심 선수가 타구에 정강이 부위를 맞는 불상사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10승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아직까지도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선동렬 KIA 감독은 “5월 초도 어려울 것 같다”라며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이 겹친다. 상위타선에서 큰 기대를 걸었던 김주찬은 발바닥 부상으로 지난 1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통증이 계속돼 수비와 주루에 어려움을 겪었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 차라리 지금 쉬는 것이 낫다”는 벤치의 판단 하에 열흘간 휴식을 가진다. 20일에는 중심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이범호도 옆구리 통증으로 역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19일 문학 SK전에서 수비를 하다 다쳤다. 설상가상이다.
KIA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휴식을 갖는다. 하지만 부상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은 결코 달갑지 않다. 사실 부상은 열흘을 쉰다고 해서 완쾌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계속 위험부담을 안고 뛸 수밖에 없다. 부상이 부상을 부른다는 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부위에 부담을 가지다보면 다른 부위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다. 그런데 KIA의 몇몇 선수들은 좀처럼 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상자들의 속속 복귀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불펜의 젊은 피들인 심동섭 박지훈이 최근 퓨처스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며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다. 유동훈도 5월 초 복귀를 목표로 땀을 흘리고 있다. 세 선수, 그리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김병현까지 가세한다면 KIA 불펜도 양질 모두에서 보강을 기대할 수 있다.
핵심 선수들도 조만간 복귀한다. 김진우는 5월 초 복귀를 목표로 최근 함평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근력과 운동능력을 완벽하게 회복하면 퓨처스리그 등판을 거쳐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주찬은 다음 주말 LG와의 3연전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고 이범호도 열흘의 유예기간을 채운 뒤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KIA는 부상 악령이 여기서 끝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올 시즌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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