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체조 경기 중 음악이 끊기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아시안게임의 리허설이라는 코리아컵에서 실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코리아컵 월드톱 2014 인천국제체조대회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 동안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체조의 간판스타 양학선(22, 한국체대)은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 손연재(20, 연세대)도 3관왕에 올랐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월드클래스’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하지만 대회운영은 동네 체육대회 수준이었다. 이번 코리아컵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리허설 및 제69회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를 겸해서 치러졌다. 남동체육관은 실제 아시안게임 체조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이다. 하지만 대회운영 곳곳에서 치명적 허점이 드러났다.

20일 한국체조의 간판선수인 김윤희(23, 세종대)가 볼 종목에서 연기를 펼쳤다. 그런데 한창 연기를 펼치던 중 음악이 끊기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김윤희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음악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결국 김윤희는 재경기를 치러 17.000점을 받았고, 전체 5위에 올랐다. 국제대회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치명적 사고였다.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손연재는 19일 곤봉 종목에 출전했다. 두 차례 수구를 떨구는 치명적 실수를 범한 손연재는 낮은 점수가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20분이 지나도록 전광판에 점수가 뜨지 않았다. 손연재와 취재진은 곤봉 점수를 모른 채 공식인터뷰를 진행하는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시상식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5위까지 단상에 섰던 이번 대회에서 주최 측은 실수로 5위에 다른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가 정정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막상 이름을 불렀는데 해당 선수가 벌써 숙소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취재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기자석에는 유선랜 시설이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무선랜은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경기 후 기록지도 제공되지 않았다. 따로 점수를 알려주는 관계자도 없었다. 사진기자들은 경기방해를 우려해 2층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취재진이 아닌 일반인들이 플로어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내외신 기자 수 백 명이 모이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다.

2013년 개장한 남동체육관은 국제규격의 최신시설을 자랑했다. 하지만 주변에 부대시설이 전무했다. 음료수 하나를 마시기 위해 차를 타고 5~10분 정도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경기장내에 설치된 매점은 운영되지 않았고, 가격도 시중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싼 편이었다.
코리아컵에 출전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예행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대회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리허설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형편없이 치러졌다. 아시안게임 개막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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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연기 중 음악이 끊겨 당황한 김윤희, 단상에 오르는 손연재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