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이한의 가슴이 미어지는 눈물 연기가 시청자들을 숨 멎게 했다. 소신에 따라 숙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진이한이 막판을 향해 달려가는 ‘기황후’의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었다.
진이한은 지난 2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48회에서 대승상 백안(김영호 분)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조카이자 책사 탈탈의 고뇌를 연기했다. 탈탈은 민심을 생각하는 책사. 백안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지만, 점점 권력에 미쳐 정복전쟁을 벌이는 등 어긋나는 백안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국 탈탈은 기승냥(하지원 분)과 손 잡았다. 백안은 승냥을 죽이려고 했지만 탈탈은 승냥을 도와 백안의 뒤통수를 쳤다. 바로 직접 자신의 칼로 백안의 목숨을 끊은 것. 백안은 왜 자신을 배신했느냐고 물었고, 탈탈은 “권력 때문에 추악해지면 죽여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민심을 돌보지 않으면 그게 바로 권력에 사로잡힌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숙부를 죽인 탈탈이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혈육을 죽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탈탈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매서운 칼날을 꽂긴 했어도 백안에 대한 충성심과 혈육의 정을 저버릴 수는 없었던 것.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울음을 참기 위해 꾹꾹 눌러담는 진이한의 표정은 탈탈의 슬픔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했다.
마구 쏟아내는 눈물 연기보다 참기 위해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진이한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한 것. 진이한의 세밀한 표정 연기는 탈탈이 백안을 배신하고 승냥과 함께 길을 가는 중요한 대목의 맛을 살렸다. 진이한은 이 드라마를 통해 섹시한 눈빛과 중후한 목소리, 그리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탈탈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살리고 있다.
초반 비중이 크지 않았던 탈탈은 중후반 들어 진이한의 연기에 힘입어 점점 등장하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나 냉철한 탈탈을 연기하는 진이한의 매력적인 남성미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중. 안방극장에서는 2007년 드라마 ‘한성별곡’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후 주로 조연을 연기했던 진이한은 ‘기황후’를 통해 주연보다 강렬한 연기로 자신의 내공을 발산하는 중이다. 2인자의 설움을 날려버린 진이한이 ‘기황후’를 통해 안방극장을 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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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